[김필수의 Car톡]
그간 하이브리드차 중심 생산
선두 제작사 수준 따라잡을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작년 생산·공급된 전기차는 60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빠른 추세면 내후년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면 산업계의 생태계도 덩달아 바뀌면서 각 국가마다 일자리 유지나 미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고민이 많아지게 된다. 준비가 덜 된 우리로서는 여러 면에서 경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고, 산업계의 주름살은 물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미리부터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라는 '쌍두마차'를 준비한 덕분에 글로벌 시장 전기차 보급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GMP'라는 완성도 높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성비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이러한 추세를 그대로 이어가 내년엔 더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더욱 빨라지고 있어 이제는 누가 주도하는지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아마도 현대차 그룹과 GM, 폭스바겐 정도가 가장 두드러지는 제작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입지를 다진 테슬라 정도가 있을 것이다. 제작사들은 완성도 높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쏟아지는 완성도 높은 전기차 종류만 20가지가 넘을 정도니 소비자의 선택폭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주도권은 완전히 전기차로 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율 1위 기업이었던 일본 토요타는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통적인 부분에 중심점을 뒀다. 3~4개월 전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하이브리드차가 중심이며, 전기차는 아직 아니다"고 했던 발언이 가장 최근 토요타의 입장이다.
혼다와 닛산도 마찬가지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그리 빠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본 제작사의 늦은 전기차 전환 행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외되는 갈라파고스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토요타는 2025년에 15개 기종의 전기차 생산, 2030년까지 30가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전환이고, 토요타도 그만큼 심각한 현안이라 판단해 급반전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발표에 따라 각 산업계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 과연 최대 자동차 제작사인 토요타의 반전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선 토요타가 현대차 그룹 등 기존 선두 전기차 그룹의 수준을 빨리 따라갈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 동안 전기차 개발에 도외시한 만큼 선두 전기차 그룹과의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토요타는 선두 전기차 제작사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도 부족할 뿐 아니라, 토요타가 가성비를 앞세운다는 측면에서 완성도가 중요한 전기차 생산 능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최소 2~3년 정도의 전기차 생산 능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토요타가 얼마나 빨리 다른 제작사를 따라잡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당장 현대차의 '아이오닉5'나 기아 'EV6' 등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경우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국내 전기차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종만큼의 전기차를 토요타가 제작할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요타의 기반과 역량을 생각하면 생각 이상으로 빨리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더욱이 앞으로 전기차의 관건인 '배터리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추후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빨리 진행한다고 하는 토요타의 진행은 더욱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 공략은 더욱 치열하고,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도 약육강식의 시대로 접어든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논의 사항은 토요타가 이번 발표에서 전기차의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과연 제대로 진행될지 여부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번 발표에서마저도 완전한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초점을 맞춘 흐름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상황을 보며 전기차 전환을 하겠다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앞서나가는 제작사 대비 토요타의 흐름은 더욱 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제작사들은 토요타의 어눌한 입지에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중요한 모델이면서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확실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입지는 아직 애매모호한 상태고, 추후 진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일본 자동차 제작사의 입지다. 자동차 시장은 현재 미국과 유럽의 중심 시장과 중국이라는 별동대 시장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지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과 더불어 투명성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글로벌 시장 안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제외될 정도로 하이브리드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토요타의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일본이 과연 얼마나 전기차 중심 시대로 전환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또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산 전기차의 일본 시장 공격 시점으로 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일본이 생각하는 '2등 국민이 제작한 전기차'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기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일본 시장 공략은 14년 전 쏘나타 공략 대실패 이후, 수익과 시장 점유율을 넘어 이제는 자존심 문제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고민할 것이다. 쌍두마차 개념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라는 선두 그룹으로 시장 공략을 진행 중인 현대차 입장에서 토요타가 전기차로 본격 등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토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2차 전쟁을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확실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의 입지를 다지길 바란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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