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ar톡]
교통인프라·배타적 성향 분석, 극복해야

현대차는 올해 2월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면서 일본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5'(왼쪽)와 수소차 '넥쏘'(오른쪽)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올해 2월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면서 일본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5'(왼쪽)와 수소차 '넥쏘'(오른쪽)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대한 두 번째 진출을 선언했다. 12년 전의 과오를 가다듬고 새롭게 진출하는 만큼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진출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한 필자로서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일본 시장 진출에 앞서 대비해야 하는 실패 요인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일본의 교통 인프라를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큰 도로가 많지 않고, 좁고 구불구불한 이면도로가 많은 국가다. 또 차고지가 없으면 신차 자체 구입이 불가능한 차고지 증명제가 자리 잡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만 차고지 증명제가 있고, 국내 시장에는 이 같은 제도가 없어 차를 먼저 구입해 이면도로와 골목이 모두 차량 주차로 채워지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 시장은 차고지 증명제와 더불어 경·소형차가 주로 차지해 운행되고 있고, 중·대형차는 프리미엄 차들로 채워져 있는 특징이 있다. 경차 비율이 약 37%인 만큼 '경차 천국'이라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주차장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일본 자동차 시장 환경에서 12년 전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 같은 중대형 차들로 공략을 시도해 실패를 맛봤다. 또 전국적인 딜러 관련 유통 네트워크도 원만하게 구성하지 못했다. 특히 당시 실패 원인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이 보는 국산 차의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미쓰비시차 등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기 때문에 일본인 시각에서 국산 차는 '이등 국민이 만든 차'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었다. 또 일본은 수입차에 대해 배타적 성향이 커 수입차 비중이 7~8%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자국산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요소로 인해 12년 전 현대차의 일본 자동차 시장 공략은 대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현대차는 필자가 앞서 언급한 각종 문제점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분석해 이번 일본 시장 공략의 시작점을 알렸다. 첫째로 10여 년 전과 지금의 현대차 기술 수준은 남다르다는 것이다. 사라지고 있는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이미 입증된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필두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작년 현대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통해 제작된 각종 전기차는 전 세계에서 없어서 못 팔고 있을 정도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공급량 부족 때문에 판매가 한정적인데, 수요는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입증된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만큼 성공의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기술 수준 자체가 글로벌 최상위급이고 현재 일본에는 거의 없는 전기차로 공략해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하이브리드차에 올인해 판매하고 있고,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전기차 개발 시작이 늦어 시장에 제대로 된 전기차가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일본의 배타적 특성만 극복한다면 '임자 없는 금싸라기 시장'을 모두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다.

일본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다른 차종으로는 수소전기차 '넥소'가 있다. 수소전기차는 일본 토요타의 '미라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단 두 가지 양상 모델만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토요타 미라이는 세단형이고 넥소는 SUV인 만큼 일본 소비자들이 넥소를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전기차를 통한 일본 자동차 시장 재공략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사진은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5'. /연합뉴스
전기차를 통한 일본 자동차 시장 재공략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사진은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5'. /연합뉴스

일본은 충전 인프라도 충분한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일본 내 전국적으로 굉장히 잘 구성돼 있고, 수소 충전소도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약 130기 정도인 데 반해 일본은 약 180기 정도다. 여기에 우리는 도심지의 약 70%를 아파트에 거주해 좁은 공용주차장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일본은 가정 주택 주거지와 차고지 등 우리나라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 많아 심야용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개인용 충전기 설치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넥소가 출시된 지 5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자동차의 외관을 개조해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공략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더불어 현대차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델이 일본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경·소형차보다 큰 만큼 크기에 대한 극복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앞서 언급한 전국 유통 네트워크 문제도 이번에는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진행해 문제점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를 필두로 신차 온라인 판매가 활황을 이루고 있는 만큼, 이번에 일본 시장 공략용 신차도 온라인 판매만 진행하고 있는 점은 중요하다. 또 일본 시장에는 시승과 서비스 센터만 구성해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성한 점 또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일본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수입차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도 현대차가 차종의 우수성과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시장 흐름을 강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국내 시장보다 약 2.5배 큰 신차 시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시장이고, 우리나라와는 이웃 국가여서 물류비 등 여러 면에서 장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유럽·미국과 달리 단순한 점유율을 떠나 일본 시장 공략은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일본을 통해 기술 자립을 이룬 우리로서는 일본으로의 역수출은 우리나라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떄문이다.

물론 고민도 있다. 정치적으로 한·일 간의 민감한 문제로 인해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고 서로 간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 차의 국내 공략도 거세지는 만큼 우리도 일본 공략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길게 보면 한·중·일 세 국가는 항상 함께 가는 '이웃국가'라는 점이다.

일본 시장 공략은 장단점이 교차하는 '고민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그러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고, 현재 시기적으로 최적의 시기인 만큼 일본 시장 공략 선언은 타이밍 측면에서 아주 좋은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던 문제점을 모두 제거하고 진출해야 한다는 말도 있으나, 단점이 하나도 없는 시기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현대차가 자신감을 가지고 철저히 분석해 진출하는 만큼 성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 점도 의미가 크다. 일본 시장 공략은 특히 다른 해외 시장 개척과는 다른 '특별한 기대'가 있다. 건투를 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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