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장 설치하며 제주도청 "자치회와 얘기 끝내"
주민자치회 정회원,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으로만 구성
같은 주민이지만, 외지인만 사는 마을 주민은 자격 없어
정회원 아닌 외지인은 자치회 구성 안돼 보상에서 제외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매립 시설 공사 현장. /김현우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매립 시설 공사 현장. /김현우 기자

"명백한 이주민에 텃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마을에서 외지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건설 사전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도청)이 해당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으로만 구성된 '주민자치회 정회원'의 동의만 얻고, 외지인 마을 주민은 '패싱(무시)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된 지역은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이곳엔 '서귀포쓰레기위생매립장(쓰레기매립장)' 건설이 한창이다. 3만 4700여㎡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입해 짓는 매립 시설인데 하루 340t 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다.

지난 2020년, 쓰레기매립장 건설 추진 당시 제주도청은 색달동 주민자치회에 보상금 약 100억원을 지급하는 등 사전 협의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립장은 태영건설에서 컨소시움을 구성해 공사 중이다. 

문제는 도청이 보상 과정에서 외지인 출신 주민에 대한 보상과 사전 협의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립장에서 불과 약 3km 떨어진 '색달동 야구인마을'(주로 외지인 거주 지역) 측은 제주도청이 외지인을 배제한 채 협의·보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야구인마을 주민 김 모씨는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도청이)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치회 정회원과만 사전 협의를 했다"며 "도청에 이 사실을 문의하면, '주민자치회 정회원과 협의를 마쳤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어 "색달동에서 태어나지 않은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매립장 관련 논의를 거부하고, 국가지원사업 혜택도 특정 단체(색달동 주민자치회 정회원)에 밀어주는 불공정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쓰레기 매립지와 야구인마을, 색달동 원주민 마을의 위치./네이버 지도
쓰레기 매립지와 야구인마을, 색달동 원주민 마을의 위치./네이버 지도

색달동에 들어선 '야구인마을'은 지난 1999년 야구인 30여 명이 구성한 야구인마을조성위원회가 조성했다. 단독주택 등 별장형 주택이 대부분인데, 총 22가구 중 21가구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부분 서울 등 객지에서 왔다.

이들은 원주민 회원으로 구성된 색달동 주민자치회 정회원과 도청이 쓰레기 매립장 시설과 관련된 모든 협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지인 출신인 '야구인마을'과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은 정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태훈 제주특별자치도 생활환경과 직원은 팩트경제신문에 "주민자치회와 함께 사전 협의를 끝냈다. 원주민과 이주민을 구별한 것이 아니다"면서 "정회원과 비회원을 구분짓는 것은 자치회 내부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본지는 색달동 주민자치회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에선 이같은 논란이 제주도 주민 특유의 '텃세'에서 비롯했다고 보기도 한다.

제주도청 측이 매립지 건립과 관련, 색달동 주민자치회 대책 위원회와의 회의 후 작성된 계획 수립안 내용. /팩트경제신문
제주도청 측이 매립지 건립과 관련, 색달동 주민자치회 대책 위원회와의 회의 후 작성된 계획 수립안 내용. /팩트경제신문

익명을 요구한 제주시청 관계자는 "제주 지역 내 외지인 주민은 펜션·별장을 짓고 주말용으로 사용하거나 심지어 주소 이전도 하지 않은 채 영업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선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의 말에 귀를 귀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구인마을 협회 측은 "도청은 폐기물시설 사전 협의 당시, 정회원과 외지인 구분 없이 진행하겠다고 언급했고, 관련 법안에도 '지역 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행정적인 부분만 신경쓰고 있는 것"이라며 "100억원 지원금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꾸준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0년 12월 매립장 추진 당시, 제주도청에서 수립한 '광역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입지지역 마을발전계획'을 보면 도청 측은 "정회원과 정회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된 색달동 주민 특성 상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운영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상황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폐기물 사업 등을 계획하고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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