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빚으로 쌓아 올린 부동산 신화 거품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판박이
정부 돈줄 죄자 건설사 연쇄 부도 행렬
부랴부랴 내놓은 지원책 신뢰 회복 난망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꿈 가운데 하나다. 집은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가족과 더불어 행복을 쌓아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가계의 자산 가치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새 아파트를 내 집으로 마련하려면 계약을 하고 건설회사에 미리 돈을 내야 한다. 시공회사는 이 돈과 더불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짓는 비용에 충당한다. 그런데 이 시공회사가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고 그 결과 아파트 공사를 중단한다면 어떨까?
내 집 마련의 꿈이 날아간 입주 예정자들의 분노는 시공사를 넘어 정부로 향할 것이 뻔하다. 이같은 사태가 현재 중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건설업계에서 자산규모 1~2위를 다투는 헝다그룹(Evergrande)이다.
헝다그룹은 280개가 넘는 도시에서 1300개가 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부동산 프로젝트가 과도한 규모의 빚에 의존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자료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6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492%에 달했다.
예를 들어, 헝다그룹이 부동산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고 하자. 그 사업 추진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592억원이라면, 그 가운데 492억원을 빚으로 조달했다는 의미이다. 주주나 회사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과도한 부채의 사용은 헝다그룹의 성장 공식이기도 했다. 내 돈 100억원을 종잣돈으로 하여 지방정부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땅을 분양받은 뒤 금융기관과 채권시장에서 492억원을 빌려 아파트 개발 사업을 진행해 아파트를 600억원에 팔면, 8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 700억원에 팔 수 있으면 이익은 108억원으로 증가한다.
그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중국 지방정부가 비싼 값에 땅을 매각해 수입이 급증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 돈을 여타 산업 발전에 투자했다. 부동산 활황은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가 부동산 연관 산업에서 창출됐다. 금융기관도 부동산 개발 관련 여신을 통해 높은 이익을 향유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세의 상승은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파트 가격 급등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매입세가 유입된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버블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버블 경제 상황에서는 부동산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크나큰 심리적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활황에서 소외되어 도심권에서 밀려나 주변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다수 서민의 좌절감은 사회 정치적 불안감으로 표출된다.
그때에서야 그동안 부동산 활황의 선순환을 즐기던 중앙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부동산 버블이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려운 수준임을 깨달은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의 여신에 자물쇠를 채운다. 은행의 여신 펌프질이 부동산 버블의 주된 요인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극심해진 부동산 버블과 빈부 격차의 해소를 위해 ‘공동부유’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추진하면서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을 옥죄었다. 그러나 정부의 급격한 여신 줄이기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투자자에게는 엄청난 쇼크로 다가왔다.
현금흐름이 불안하고 부도 위험이 높은 산업 특유의 위험성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체는 돈을 빌릴 때 상당한 고금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국제채권시장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대부분인 중국 하이일드 정크본드 (high-yield junk bond)의 금리는 금년 상반기까지 10% 안팎이었고 최근에는 25% 이상으로 급등했다.
즉, 500억원을 빌렸을 때 최소한 그 10%인 50억원을 이자로 냈다는 것이다. 향후 신규로 500억원을 차입하려면 그 25%인 125억원을 이자로 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헝다그룹은 총 3000억 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달러 채권을 발행해 빌린 돈만 190억 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이자를 내기에도 버거운 상태다.
결국 헝다그룹은 최근 8350만 달러(약 1002억원)의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공식적으로 부도를 냈다. 그런데 규모가 큰 헝다그룹만 국제채권시장에서 부도를 낸 것이 아니다. 매출 규모가 헝다그룹의 약 10%에 불과한 자자오예그룹(Kaisa)도 최근 4000만 달러의 이자에 대해 부도를 냈다. 이 그룹이 달러채권으로 빌린 돈은 109억 달러(13조원)에 이른다.
그에 더해 중국의 수많은 중소규모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채무 디폴트 행렬에 가담했다. 말 그대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부동산 개발산업이 추풍낙엽처럼 흔들리고 있다. 물론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헝다그룹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약 140만 채의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헝다와 공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등이 최대 약 372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향후 12개월 안에 입을 수도 있다. 헝다그룹의 20만 종업원을 비롯해 최대 380만 개의 일자리에 여파를 미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신인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블랙락(BlackRock)을 비롯한 국제 투자자가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중국 자본시장의 소외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도 부랴부랴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낮추고 각 지방정부에 지원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한번 잃은 투자자의 신뢰를 되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상처 입은 투자자의 심리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신규 착공과 공급이 급감하고 있고 11월 주택거래도 16% 감소했다. 신규주택 가격도 10월 대비 0.3%나 하락했다. 헝다그룹 부도 사태의 부정적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금리를 인하했다.
물가 불안 속에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통화 긴축을 선언했다.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자산 버블이 심각한 상태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일파만파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금융위기 시 방파제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내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