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에 블록체인·NFT 활용 게임 접목
“단기 이슈 아닌, 게임사 필수 과제로 인식”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 개념보단 이젠 필수 선택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게임사의 전장은 PC도, 모바일도 아닌 메타버스다.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관련 기업에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 기반 게임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0월에만 국내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분야에 투자, 혹은 인수합병(M&A)한 사례는 13건에 달한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넷마블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메타버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며,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통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 메타휴먼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시너지를 노리고, 튜디오드래곤과 MOU를 체결하면서 IP를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한다.
넷마블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 시작인 K팝 버츄얼 아이돌은 현재 캐릭터 개발이 진행 중이다. 독자적 세계관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을 내년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츄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IP 및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일 모션캡처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모션캡처와 크로마키, 전신 스캐닝 등 메타휴먼 제작 및 메타버스 구현이 가능한 제작 공간 및 최신 장비 시설로 채워지는 메타버스 VFX 연구소를 2022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블록체인을 연계하는 방식의 게임 개발도 진행 중이다.

펄어비스는 출시 예정 게임인 ‘도깨비’와 메타버스를 접목시킨다. 펄어비스는 지난 8월 메타버스 기업인 브이에이코퍼레이션에 전략적 투자자(SI)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한 데 이어 11월 초 메타버스 기업인 하이퍼리얼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이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하이퍼리얼은 셀럽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의 아바타를 만드는 북미 메타버스 관련 기업이다. 펄어비스는 하이퍼리얼의 캐릭터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가상 공간에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협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메타버스 사업 계획을 전했다.
넥슨은 자사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한다. ‘프로젝트 MOD’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계획은 넥슨이 보유한 ‘메이플스토리’ IP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한다. 넥슨은 자사 보유 그래픽 리소스와 개인이 보유한 로컬 그래픽 리소스를 모두 활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넥슨은 올해 초 메타버스 신규 프로젝트와 관련, 대규모 채용을 해 눈길을 끌었다.
엔씨(NC)소프트는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적 팬층을 확보한 K팝을 기반으로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공간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NFT를 활용해 팬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음반, 영상, 이미지 등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메타버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떼놓을 수 없는 블록체인, NFT 기술도 게임사들이 함께 눈독 들이는 아이템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공식적으로 메타버스 및 NFT 관련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넵튠과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NFT 거래소를 출시할 예정이다. 큰 성공을 거둔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비롯해 카카오 IP와 연계해 스포츠, 게임, 메타버스 특화형 거래소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한 게임빌-컴투스는 블록체인 게임 기업인 미씨컬게임즈, 더샌드박스, 캔디디지털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동시에 450억원을 투자, 위지윅스튜디오 최대주주에 오르며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다. 자체 게임 전문 플랫폼 하이브를 독자적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하이브를 통해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등 자체 블록체인 게임 신작 뿐만 아니라 ‘크리티카 온라인’, ‘사신키우기 온라인’, ‘거상M 징비록’, ‘안녕엘라’ 등 외부 게임사들의 블록체인 게임 라인업들도 준비 중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게임빌프로야구’에 NFT를 접목시키는 것은 물론, 내년엔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아이템과 게임 재화를 도입함으로써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을 버는) 개념을 탑재할 예정이다.
또한 컴투스 그룹은 독자적인 C2X(가칭)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및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로서 협력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테라폼랩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토큰 발행, NFT 거래소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메이드는 이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블록체인 기업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합병한 위메이드는 자체 개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안에서 ‘미르4’와 ‘크립토네이도’ 등 게임을 서비스했다. 이 중 NFT를 적용한 아이템을 도입해 이를 ‘위믹스 옥션’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미르4’는 글로벌 80만 접속자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게임 분야에서도 NFT와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위메이드는 메타스케일, 유티플러스 인터렉티브 등에 투자해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빗썸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에 투자하면서 NFT 사업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계속 보이고 있다.

게임사들이 메타버스·블록체인·NFT 기술에 눈을 돌리는 것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인베스트는 올해 메타버스 사업 관련 수익을 1800억 달러로 추정하고, 매년 17%씩 증가해 2025년엔 3900억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기준 440조원이 넘는다. 그레이스케일 역시 2025년 메타버스 게임 시장 규모를 4000억 달러로 내다봤다. 특히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할 요인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을 지목했다.
앱애니는 내년 전 세계 소비자들이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에 3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추세는 같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올해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에 올해 10월까지 63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이 지출한 게임은 메타버스 게임 대명사로 불리는 ‘로블록스’였다. ‘로블록스’는 이미 글로벌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해 그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관련 게임 개발 논의는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진행돼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본격 실행됐다”며 “메타버스를 이용자들의 ‘가상 놀이터’라고 정의한다면 그 안에서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놀거리’가 메타버스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다. 블록체인·NFT 기술은 이 놀거리의 재미를 최대한 증폭시켜주는 ‘필수적 촉매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의 콘텐츠와 IP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던 시절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둔 기술 전쟁 시대가 도래했다. 각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개발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이유”라며 “향후 몇 년 간이 아닌, 앞으로 게임사들의 필수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