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사 리베이트 관행
"의사 집 앞 까지 찾아가 돈 봉투 건네"

리베이트 합동 조사반./연합뉴스
리베이트 합동 조사반./연합뉴스

"의사 5명 만나면, 기본 1000만원은 챙겨야 한다". 현금 200만원을 봉투에 넣어 바삐 움직이는 그의 가방을 보니, 돈 봉투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리베이트. 제약업계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단어다. 고지혈증 치료제만 해도 그렇다. 여러 제약사에서 나오다 보니, '제발 우리 약 좀 써달라'며 의사에게 일종의 '뇌물'을 건넨다. B제약사에서 사용한 리베이트 금액만 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뿐일까. H, J, D 등 거의 모든 제약사가 이 난리다. 이러다 걸려서 징계받으면 '회사에서 시킨 건 아니다'라는 기계적인 답변이 나온다. 

기사를 써도 마찬가지다. 제약사는 어떻게 해서든 막는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지 않냐', '오래전 일이다', '힘들다', '봐달라'. 단 한 명의 홍보팀도 '고치겠다'는 답변은 없다. 착잡한 일이다. 마냥 영업사원 탓만 할 수도 없다. 많이 팔아야 인센티브를 받고 그래야 먹고 산다. 영업력이 부족하면,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밤에도 영업은 계속된다. 의사 집 앞까지 찾아가 안절부절 고개를 굽히며 돈 봉투를 건넨다. 

집에 들어가면 자정이 훌쩍 넘고, 쪽잠을 자고 출근하면 다시 영업, 반복이다. 취재원 한 명은 '재수없게' 2015년에 작업한 건이 걸려, 최근 회사에서 내쫓겼다. 그는 "차라리 잘됐다. 안 그래도 이 짓 좀 그만하고 싶었는데 이왕 나오게 된 거 다른 꿈을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남자는 별명이 '쓰레기통'이란다. 의사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영업사원이 돈을 넘기고 의사가 약을 써주면 '약품 처방 내역'을 '영업 실적 증명'용으로 넘겨받는데, 이때 의사들은 처방 후 필요 없는 내역서를 영업사원에게 버린다고 해 '쓰레기통'이라고 한단다. 

쓰레기통은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결국 '쓰레기통'이다. 이들도 별다를 바 있을까.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일해도 걸리면 '작살'이다. 얼마 전 대학병원 몇 곳이 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처방 내역을 일부 제약사에 넘겨 식약처에 적발된 일이 있었다. 이때 처방전을 넘겨받은 영업사원에 대해 제약사는 '중징계'를 내렸고, 그 사원도 결국 제약업계를 떠났다. 돈을 받은 의사는? 여전히 환자를 치료 중이다. 

돈이든 처방전이든, 제약사가 직접 영업사원을 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무언의 압박은 있었겠지만, 그들만이 알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짓 때문에 환자만 피해다. 개인마다 병의 증상에 차이가 있고, 그에 맞는 객관적인 치료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리베이트'로 얼룩진 현 상황에서 환자는 누굴 믿어야 할까.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머릿속에 '얼마 전 200만원을 받은 곳'만 가득 차 있다면, 과연 맘 놓고 병원을 믿을 수 있을까. 거기에 개인정보까지 떠돌아다니게 생겼는데, 병원을 어떻게 신뢰할까.

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리베이트) 없어져야 할 문화, 관련법으로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얼마 전 리베이트 논란이 된 제약사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향후 대책을 물었다. "해당 영업사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했고, 이런 일이 없도록 방지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20년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의된 약사법은 총 342건에 달한다.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까지 조사된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만 121곳으로 집계됐다. 아무리 법 규제를 해도 제약사 스스로 가치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20년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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