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년 125만원 적다지만···누군가에겐 ‘희망의 끈’ 될 수 있어”
“안전하게 늙기, 소득 예측하기, 약간의 여유···이런 게 쉽고 당연했으면”
“MZ 위한 공약? 180일 간 일했으면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편집자 주]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유권자가 대선주자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유권자는 그들이 대중에게 아무리 친숙함을 표하면서 다가올지라도 ‘브라운관’을 통해 만난 이상 모두 연출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팩트경제신문이 추석을 맞아 여야 대선주자의 ‘찐’ 모습을 가장 거침없이 알릴 수 있는 각 캠프 젊은 대변인들을 만나 숨겨진 후보의 모습을 물었다.
MZ세대에게 마냥 ‘통통’ 튀는 모습만이 있는 건 아니다. 팩트경제신문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조금 ‘진지한’ MZ인 권지웅(34) 열린캠프 대변인을 만났다. 기계공학과 출신 권 대변인은 대학시절 자신의 삶에서 주거 불안 문제와 맞닥뜨렸다. 이를 계기로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 현재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새로운사회를여는주택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권 대변인은 이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배경도 “(후보가) ’약자 된 사람들을 국정에 우선순위로 놓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권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부탁해.
“열린캠프에 대변인으로 있는 권지웅이야. 주로 청년, 민생 쪽을 담당하는 것 같아. 나이로는 MZ이긴 한데, 좀 진지한 MZ야. 평소에 스스로 MZ세대라는 생각을 잘 하진 않아.”
―캠프에서는 어떤 일을 해?
“캠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논평으로 캠프의 입장을 발표해. 최근엔 ‘D.P’ 드라마에 드러난 군 인권실태나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 후보 아프리카 발언 등에 대해 입장 글을 썼지. 그 외에도 기자들을 만나 캠프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황을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캠프에 합류하게 된 배경은?
“나는 불평등 문제를 풀고 싶었어. ‘현재 대선주자들 중에서 이 문제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했을 때 저는 거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재명 후보라고 생각했어. 연초에 ’그냥드림 푸드‘라는 걸 했었어. 누가 보기에는 ’저렇게 한다고 정말로 약자층 모두가 구제되겠어?‘라고 질문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하는 게 정치인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누군가 정말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거기 가서 식료품을 갖고 그 다음을 도모해 볼 수도 있는 거지. 기본소득, 기본주택도 그래. 이런 모습들을 보고 ’약자 된 사람들을 국정에 우선순위로 놓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

―정치를 통해 풀고 싶었던 사회 문제가 뭐야?
“지금 한국 사회는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제일 큰 위기라고 생각해. 겉으로 보기에 우리나라가 계급이 있는 사회는 아니잖아. 그런데 부모가 누구인가, 또는 부모의 재력 크기에 따라 개인의 삶이 너무나도 달라지는 것 같아. 어쩌면 그 선은 넘지 못할 만큼 높은 벽이 됐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인간, 좋은 사회라는 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잖아. 어떤 우연적 요소로 계층이 달라지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부모와 다른 삶을 살아내기도 하는 게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불평등은 단순히 격차만이 아니라 삶의 비용을 너무나도 높여놨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와 살 공간도 있어야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자동차를 빌리거나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보통의 삶’으로는 그런 것들을 영위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
최근 한 친구가 이력서 150통을 쓴 채로 원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어. 나는 보통의 인간이라고 하면 삶의 의지가 기본적으로 있다고 생각해. 살아가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누군가가 그렇게 목숨을 잃는다는 건 정말로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아닐까. 나는 ‘저 친구가 약해서(그런 선택을 했다)’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 너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절망이었어.
불평등이 삶의 비용을 높이면서 일정 정도 부가 가치를 만드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인간이) 존엄하게 살지 못하는 상태에서 돼 버렸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청년들은) 정말로 그 일이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의 경로가 정해지는 거 같아서 그 일을 택하지 않는 거야. 불평등 문제가 보통 사람의 존엄도 낮추고 사회 활력도 너무 크게 제약 한다고 생각해.“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청년·주거 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어?
“원래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대학 시절에) 지역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주거비를 포함해서 생활비를 버는데 많은 시간을 썼어. 나도 당시에 과외 2개를 하고 학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 하나를 더 했었는데도 정말 여의치 않더라. 그래서 그때 ‘기숙사가 조금만 더 많아서 내가 거기 들어가서 살았다면 숙제를 조금 더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 친구들이 숙제할 시간에 나는 아르바이트하러 가면 약간 서러울 때도 있었지.
그러다가 내가 ‘친절한 미분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게 됐어. 누군가는 살 공간이 없어서 지하방, 고시원에 사는 반면 어떤 아파트들은 6~7년째 아무도 안사는 거다. 그 집을 살 돈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현상이 있는 게 너무 웃기더라고.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1년 반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어. 그러면서 ‘집과 관련한 불행을 끊어 내는데 내 삶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내가 해결은 못 하겠지만, (해결을 위해) 기여하는 걸로 내 삶을 살아도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가 불평등이라면, 그것을 양산하는 구조나 그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을 국가가 돌보기 시작해야 돼. 특히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한국 사회는 그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도 위기에 놓이게 됐는데, 이를 그때그때 잡아내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나는 (현재) 여러 가지 비판도 있고 어쩌면 가장 최선책은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시기에 기본소득을 공급하는 건 (사회에서) 약자가 된 사람들을 돌보는 데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1년에 125만원은 작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그런데 그것조차도 누군가에게는 그게 어떤 희망의 끈이 될 수 있어.”

―왜 기본소득이어야만 할까?
“‘청년 세대에게 돈을 주면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을까’, ‘돈을 쓸데없는 데 쓰지 않을까’라는 비판도 있어. 그리고 이를 우려해서 (청년세대가) 개인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적절히 잘 쓰는 노력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 그런데 국가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부(富)를 배분하는 것을 위한 기획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청년들에게) 주거급여를 준다거나 저소득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 그런데 이것만으로 (부의 배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본 다음 효과적인 건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노력이 계속 있어야 돼. 이런 면에서 그래도 ‘청년소득’이 진정성 있다, 혹은 이것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게 갑자기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성남시, 경기도에서부터 시작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야. 그간 진행했을 때 도 차원에서도 별로 문제가 없었잖아. 이를 통해 경기부양을 할 수 있고, 또 청년들을 위한 기본적 (복지)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달마다 10만원을 약간 웃도는 금액을 주는 것 대신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게 좋지 않아?
“한국은 지금까지 ‘더 어려운 사람을 지원해야 된다’(선별적 복지)는 철학으로 운영돼 왔어. 그런데 그 체계가 포괄하지 못했던 것도 분명 존재하는 거지. 기본소득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을 없애고 기본소득을 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의 복지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더해 새로운 복지체계를 운영하자는 거야. 나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할 거라고 생각해.”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을까?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나면 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겠지. 나는 그걸 포함한 개선책을 내야 된다고 생각해. 그때의 개선책은 기본소득에 철학을 더 강화하는 방식 또는 기존의 복지체계인 복지국가로 넘어가자는 경험일 수도 있겠지. 근데 무엇이 됐든 기본소득이라는 5년짜리 시도는 그 다음 한국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해.”
―요즘 청년세대는 ‘능력주의’를 강조하는데.
“지금 젊은 세대가 공정, 경쟁에 물들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일상의 장면에서 보면 모든 걸 그렇게 능력주의로 서열화하지는 않거든. 다만 사회적으로 그걸 계속 부각하고 그게 마치 모든 것의 절대 가치인양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인간의 다른 요소들을 주목하지 않고 계속 그것에만 주목하면서 그것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

―요즘 MBTI가 대세잖아. MBTI는 뭐야?
“ENTP(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야.”
―MZ세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MZ세대가 느끼는 불안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주고 싶어. 평범한 것들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잖아. 안전하게 늙는 것, 소득을 예측하는 것, 가족이 아플 때 도울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것 등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쉽고 당연했으면 좋겠어. 이는 내게도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MZ세대에게 꼭 알리고 싶은 후보의 공약, 단 한 가지는?
“살다 보면 실직할 수도 있잖아? 그게 자발적이지 않은 때도 있지만 자발적인 때도 있겠지? 그런데 그때도 삶의 불안은 똑같아. 내가 충분한 돈이 있어서 자발적 이직을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까지는 자발적 이직자는 고용보험 실업급여 신청을 아예 못하게 돼 있어. 이 후보가 첫 번째 청년공약으로 낸 것 중 하나가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이거야. 난 이걸 알리고 싶어.
지금 사회가 급변하고 있어. (상황에 따른)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걸 공략화했는데 이걸 많이 알리고 싶어.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를 못 받기 때문에 퇴사할 때 고용주 눈치를 엄청 많이 봐. 고용주가 퇴사 처리를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서 본인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되거든. 그런데 사실 실업급여는 내가 낸 거거든. 180일 넘게 납입하면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되거든? 그런데 사업주가 자발적 퇴사에 표시하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 거야. 사실 조금 웃긴 일이지. 나는 이 제도가 청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를 비판하는 기성세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사회 자체가 욕구 기반 사회 로 전환되고 있어. 예전처럼 단위 중심으로 ‘너는 사회의 역군이니까’, ‘국가에 복무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면 할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을 거야. 오히려 ‘당신의 욕구와 우리 팀의 욕구를 어떻게 맞춰볼까’라고 말을 건네야 한다는데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주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의 재정이’ 라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안 남지 않을까.”
―후보를 보면서 ‘라떼’(나 때는 말이야)처럼 느껴지는 같은 순간이 있었어?
“보기에도 꼬장꼬장한 아저씨 느낌이 있잖아. 유튜브 영상에서도 ‘사실 꼰대죠?’ 라는 질문에 후보 스스로 꼰대라고 말하잖아. 보는 대로야. 직설적이고, 일 중심적이고.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 대하는 걸 보면 따뜻한 면도 있는 것 같아. (사실 내가 후보와) 여전히 잘 아는 사이는 아니라서··· 내가 아는 선에선 그래.”

―MZ세대가 후보를 뽑아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말해줘.
“변화를 보고 싶다면 우리 후보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까 싶어. ‘나아질 거다’라는 막연한 구호에 많은 사람들이 지친 상황이야. (우리 후보는) 계곡정비, 청년기본소득 등 당시로서는 만만한 일들이 아니었지만 그 일을 해낸 정치인이지.
또 불평등 문제를 정말로 풀어갈 사람이기도 해. 불평등 문제는 불평등 구조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강자와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문제거든. 이를 이겨내야 사회 전체를 좋게 만드는 조치를 할 수 있어. 후보의 성장과정에서도, 행정 발자취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입장은 어느 후보보다도 확고해. 셋째로․․․젊다?! 유력 대선 후보들 중에서는 젊은 후보지.“
―하고 싶은 말은?
“이번 대선은 젊은 시민들이 받는 불안을 해소시키는 대선이 됐으면 좋겠어. 근데 우리 모두가 (정치에서) 플레이어(player)로 나서지는 못 하잖아. 40세 나이 제한도 있고. 근데 최소한의 후보들이 젊은 시민들, 앞으로 더 이상 살아갈 사람들의 불안을 진중하게 다뤘으면 좋겠어. 우리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들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