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지난해부터 국가부채 적극 관리 주문
국제 권고 넘어선 60% 준칙도 반년째 계류
전문가들 "기존 AA- 등급만 유지해도 선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해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해 발언하기 위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를 빈손으로 만났다. 단기적 처방에만 치중한 성적표를 들고 중장기적인 국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기관을 어떻게 설득시킬지가 관건이다.  

5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이날 제임스 맥코맥 피치 국가신용등급 총괄과 화상 회의를 개최하고 한국의 경제 상황과 하반기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피치는 지난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오는 2024년까지 46.3%를 초과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신용평가사다.

또 국가채무 한도율을 IMF가 비기축 통화국에 권고하는 40%에서 60%까지 끌어올리는 정부의 재정준칙안과 관련해선 "더 높아진 채무 부담은 인구 고령화 압력을 받는 한국의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47.2%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더해 오는 2024년엔 50%대 중후반까지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국회에선 국가 채무비율을 60%로 완화한 국가재정법 개정안마저 6개월째 계류중이어서 기재부 안팎에선 기존 신용등급 'AA-'(안정적)만 유지해도 선방 아니겠는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홍 부총리가 수치상으론 선방한 측면은 있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는 47.2%로 기존 전망 48.2%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기저 효과로 인한 세수 증가에 힘입어 2024년 채무비율도 54.7%로 기존 전망 59.7%에 비해서 5%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2% 대에 머물고 있는 잠재성장률 극복의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인 국가채무 비율 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재정 위기 발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늘려도 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지금) 재정 여력이 있으니 당장 지출을 더 늘리자는 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견해"라고 경고했다.

또 국가부채 통계 산정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통계매뉴얼(GFSM)을 지키지 않고 일부 항목만 포함해 온 정부 행태도 논란이다. 재정학계 한 인사는 "올해도 정부는 D1(중앙·지방정부 부채 및 기금)만 부채로 규정하며 나라빚이 846조원밖에 안되는 듯 발표했다"며 "D2(비영리 공공기관), D3(비금융 공기업)를 합하면 국가부채는 이미 2000조를 넘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통상적으로 연례협의를 마치고 2∼3개월 뒤 국가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피치는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과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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