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추면서 삼성생명 IPO 규모는 못 넘을듯
‘배틀그라운드’ 원히트원더·텐센트 리스크도 인정

크래프톤이 금융감독원 지적에 공모 희망가와 공모주식수를 낮췄다. 또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사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이 금융감독원 지적에 공모 희망가와 공모주식수를 낮췄다. 또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사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기업가치 ‘뻥튀기’ 논란이 일었던 크래프톤이 결국 금융감독원 요구에 공모가를 낮췄다. 정정신고서엔 당초 공모가 산정 근거로 삼았던 비교 대상인 디즈니를 빼기도 했다.

크래프톤이 1일 금융감독원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가와 공모주식수 모두 줄였고, 이에 따라 시가 총액도 낮아졌다. 청약 관련 일정도 미뤄졌다.

크래프톤이 제출한 기재정정 내용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를 40만원에서 49만 8000원 사이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45만 8000원에서 55만 7000원 사이였던 희망가에서 10% 이상 낮춘 것이다.

공모주식수도 865만 4230주로 줄였다. 기존 크래프톤의 공모주식수는 1006만 230주였다. 공모 예정 금액은 3조 4617억원에서 4조 3098억원 사이다. 당초 크래프톤이 제출한 신고서에 따라 공모가를 산출하면 4조 6000억원대에서 5조 6000억원대까지 올라가 기존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인 2010년 삼성생명의 4조 888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를 넘지는 못할 전망이다.

공모 희망가 등의 정정에 따라 청약 관련 일정도 뒤로 밀렸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7월 14일부터 7월 27일까지 진행한다. 이후 일반 청약은 8월 2일과 8월 3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며, 인수회사로 삼성증권이 참여한다.

 

당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 산정 기준인 비교 그룹에 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시켰지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비교는 무리수라는 지적에 따라 정정 증권신고서에선 제외했다. /크래프톤
당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 산정 기준인 비교 그룹에 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시켰지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비교는 무리수라는 지적에 따라 정정 증권신고서에선 제외했다. /크래프톤

공모주식수와 공모 희망가를 낮춘 것 외에도 크래프톤은 논란 여지가 있었던 내용을 수정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삼았던 비교 대상 기업을 정리한 것이다.

크래프톤은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기업가치를 산정한 근거로 국내 게임사 7곳에 글로벌 콘텐츠 업체인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포함시켜 비교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콘텐츠 수익을 주로 하는 기업들과 크래프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수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 제작 등 IP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예단하긴 이르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크래프톤은 기존 비교 그룹을 대폭 줄여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수정된 비교 그룹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 기업으로, 국내 상장된 주요 게임업체다. 기존 비교 그룹에서 제외된 업체는 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외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등 세계적 게임기업도 포함됐다. 크래프톤은 IP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현재는 사업 초기단계라면서 비교 그룹으로는 게임 및 콘텐츠 비중이 70% 이상인 회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존 지적 받았던 ‘원히트원더’ 논란과 ‘텐센트 리스크’를 인정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 1분기 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배틀그라운드’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또 “향후 중국 내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우, 당사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텐센트 리스크’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크래프톤은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퍼블리셔인 A사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68.1%, 올해 1분기 71.8%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A사는 텐센트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원 지적에 증권신고서 상당 부분을 수정하고, 몸값을 낮춘 크래프톤이지만,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원히트원더’ 논란을 인정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현재 기네스북 세계 기록 7개 부문에 등재된 글로벌 초히트 게임이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글로벌 다운로드 10억건을 돌파하면서, 크래프톤은 PC와 콘솔 시장은 물론, 모바일 시장까지 휩쓸었다. 몸값을 낮췄다곤 해도, 크래프톤이 현재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 18조원을 넘어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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