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얌전, 남자는 씩씩' '여학생은 발레, 남학생은 태권도' 등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성평등하게 바꾸는 개선안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진행하는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 영유아교사·양육자를 위한 성평등 교육’에 사용되는 자료. 그중 어린이 대상 성차별 사례를 설명한 항목.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진행하는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 영유아교사·양육자를 위한 성평등 교육’에 사용되는 자료. 그중 어린이 대상 성차별 사례를 설명한 항목.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자는 얌전해야 해!” “남자니까 씩씩하게 뚝!” “학예회 때 여학생은 발레, 남학생은 태권도 해요.” “여자애가 머리가 왜 이렇게 짧아?” “남자는 키가 커야지.” “아빠다리하고 앉아볼까?”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아직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말과 행동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11월 20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시민의 제안으로 성평등하게 바꾸는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 결과를 발표했다.

11월 4~9일까지 진행된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에는 총 1053명이 참여해 총 1406건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참가자 1053명 중 여성은 73.6%, 남성은 26.4%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30대(45.2%)가 가장 많이 참여했고, 40대(23.4%), 20대(23.3%)가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자녀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63.2%였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 중 아이들이 겪는 성차별이 가장 심한 부분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31.4%) △교육 프로그램(26.1%) △친구들의 말과 행동(21.8%) ‘교재·교구·교육내용(19.1%) 순으로 나타났다.

제안된 개선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아빠다리’다. 일명 ‘양반다리’로 불리는 이 자세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바닥에 앉아 놀이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주로 한다. 성평등 어린이 사전에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리 모양에 따라 ‘나비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수업, 놀이, 학예회, 역할극, 체육대회 등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을 이제는 개선하자는 요구도 높았다. △학예회에서 ‘여아는 발레, 남아는 태권도’를 하는 것 △역할극에서 ‘여아는 토끼, 남아는 사자’ 역할을 맡는 것 △이름표, 실내화와 같은 준비물, 학용품이 ‘여아용은 핑크, 남아용은 파랑’으로 고정된 것 등을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졸업식에서 ‘여자는 드레스, 남자는 턱시도’, 생일파티에서 ‘여자는 공주 옷, 남자는 왕자 옷’을 입고 오도록 하는 것, ‘여자는 긴 머리에 날씬한 몸매, 남자는 짧은 머리에 큰 키’ 등 차림과 외모를 성별로 구분하는 것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얌전해야지, 남자는 울면 안 돼’ 등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말과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등 성별로 구분하는 수식어도 개선해야 할 성차별적 말과 행동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진급할 때 배정받는 ‘형님반’을 여아, 남아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7세반’, ‘나무반’ 등 성별 구분 없는 언어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여자는 치마, 남자는 바지로 정해진 원복·교복’ ‘남자가 앞번호인 출석번호’ ‘짝의 성별을 고정한 남녀짝꿍’ 등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정해진 규정, 규칙에 대한 성차별 개선의 요구도 높았다. 가정통신문 등의 알림장에서 보호자의 역할과 아이 지도의 역할을 엄마에게만 부여하는 것도 성차별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백미순 대표는 “어린이들이 가정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의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제안을 통해서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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