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발의···사무국은 서울에 교육센터는 미얀마에
한국의 산림 복원과 관리, 산림재해 관리, 주민 참여 산림관리 등 전파하는 또 다른 한류


양곤 숲길을 걷습니다. 도로에도 나무들이 많이 우거진 도시입니다. 예전엔 이 도시를 '아시아의 정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끊임없이 도시가 개발되면서 도심 속 숲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숲을 잘 가꾸기에 도심에서도 숲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숲은 대기를 정화시키고 도심의 온도를 낮춰줍니다. 미세먼지를 흡수하므로 미세먼지 농도 26%를 낮춰줍니다. 산과 숲. 산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눈에 띄게 산림이 황폐해지는 나라가 인도네시아, 미얀마, 북한 등입니다.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갖는 나라들입니다. 아시아는 산과 숲이 울창하기에 숲속에서 사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자연을 무대로 사는 인구들입니다. 그러기에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소득을 올리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산과 숲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합니다. 나무들이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공기 중으로 산소와 수증기를 내뿜어 도시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합니다. 1헥타르의 산림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1년간 16톤 흡수하고 12톤의 신선한 산소를 방출한다고 합니다. 숲이 1년간 국민들에게 주는 공익적 가치는 약 126조원이라고 합니다. 산림청 연구발표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쟁 직후 산림 분야에서는 최빈국이었습니다. 황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60년이라는 가장 짧은 기간에 산과 숲을 살려낸 나라입니다. 녹화에 성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기술이 동시에 발전했습니다. 요즘 아시아 국가들이 그걸 배우러 옵니다. 산림 관리와 기술을 한국에서 배우자. 또 다른 한류입니다.



오늘은 양곤에서 40분쯤 걸리는 모비 마을로 갑니다. 이곳에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협력기구 아포코(AFoCO) 교육센터가 있습니다. 유엔에 정식 등재된 아시아산림협력기구입니다. 국제기구 사무국은 서울 여의도에 있고, 미얀마에 회원국 인재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센터가 있습니다. 회원국은 15개 나라. 산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서로 협력하는 나라들입니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그리고 나중 가입한 부탄, 몽골, 동티모르, 카자흐스탄까지. 센터에 들어서니 15개국 국기가 게양되어 있습니다.




아포코는 아직 역사가 짧습니다. 그러나 산림복원, 재해예방, 기후변화에 취약한 동남아 열대림을 보존하고 가꾸는 일, 주민이 참여하는 산림관리 등에 힘써 유엔 등 국제기구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구는 2009년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발의하였습니다. 2012년 11개국 외교부 장관이 협정에 서명하며 사무국을 한국에 두게 되었습니다. 회원국들이 내는 순수한 분담금으로 운영하며, 한국이 주도하기에 분담금을 가장 많이 냅니다. 오늘 찾아온 이곳은 이 기구가 세운 산림 전문 훈련센터입니다. 산림 분야는 전문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기공식을 하고 2018년 오픈했습니다. 회원국 미얀마가 부지를 마련했고 한국 건축기술로 지었습니다. 교육시설로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한국 사무국에서 이곳에 첫 부임한 최성호 센터장.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산림환경공학을 전공했고, 이 분야의 전문인입니다. 그간 그는 이곳 시설 하나하나를 친환경으로 꾸몄습니다.



불과 10년 사이 동남아시아에선 많은 산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의 나라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림생태계도 파괴되고 있습니다. 몽골 사막화 방지, 카자흐스탄 아랄해 건조지 녹화 등이 주요 산림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구가 해나가는 사업은 산림 복원, 기후변화 대응, 산림재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북부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기, 동티모르 재조림, 산림에 의존해 사는 인도네시아 주민들의 기후변화 위험을 줄이는 일, 미얀마 티크 조림지 병충해 예방, 메콩강 지역 산불과 산사태 통제 시스템, 필리핀 산림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 등. 앞으로 계속 회원국 정부와 협력해서 해나가야 할 일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산불이나 산림병충해를 관리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래서 산불진화차량을 회원국 캄보디아, 미얀마에 보급했습니다. 산림을 복원하는 모델, 산불 관련 장비, 병충해 예방 사업에 5년간 1280만 달러를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이곳 센터(RETC)에는 한 해에 많은 산림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습니다. 대학생과 주민 등 6천 명이 단기 또는 장기교육을 받고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산림 복원과 관리, 산불 등 산림 재해 관리, 주민이 참여하는 산림관리 등. 단기로 연수하는 핵심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센터에는 대강당,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화상회의가 가능하도록 국제회의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산악형 산불진화차량도 보유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화재나 산불, 코로나 방역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사라지는 숲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농경지를 확대하거나 광산을 과도하게 개발할 경우, 커피나 고무, 오일팜 등 대규모 농장이 세워질 때, 산불이나 불법 벌목으로 인해 등. 해마다 웬만한 나라만한 넓이의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탄처럼 헌법에 산림조항을 명시한 것이 지혜롭게 보입니다. 산림은 국토의 60%을 유지한다는 조항.
아포코 기구 미얀마 센터 정문을 나섭니다. 양곤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습니다. 길 위에서 나무들에게 물어봅니다. 나무들은 왜 숲을 이루며 사는가를. 인간, 환경, 자연은 왜 서로 배려하며 함께 살지 못하는지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