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NLD 전체 의석 과반수 넘겨···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 연설로 승리 확정
상원 하원 군부 등 의회 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출하는 간선제


어제 미얀마 총선이 끝났습니다. 코로나19로 투표율이 낮을 것을 염려했지만 높은 투표율로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치뤄냈습니다. 오늘 저녁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 여당 NLD가 전체 의석 과반수를 넘기면서 승리했습니다. 지금 방송을 통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국민들에게 연설을 하는 중입니다.


미얀마 국민들에게 총선은 곧 대통령을 뽑는 일이어서 아주 중대한 선거입니다. 직선제가 아니고 의회 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 161명, 하원의원 315명 총 476명을 선출합니다. 군부 의석 25%가 헌법에 보장되어 166의석이 이미 내정되어 있습니다. 총 642석입니다. 따라서 322석을 차지해야 과반을 넘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뽑힌 상원, 하원, 군부에서 각각 1명의 대통령 후보를 내고 투표하여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5년 전 첫 민주정부가 선거에서 승리하던 날이 기억납니다. 시민들을 태운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선거 전후로 아주 조용합니다. 국민들에겐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현 정부를 평가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로힝야 문제, 국내적으로는 느린 경제발전과 정책, 소수민족과의 갈등 등으로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인구 약 70%에 해당하는 버마족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대도시 양곤, 만달레이에서 NLD는 군부가 지지하는 USDP보다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 22석이 줄었습니다. 서부 라카인 주 등 소수부족이 사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로힝야 부족들이 수십만 명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UEC)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는 연방의회뿐만 아니라 주 정부, 지방정부까지 선출하게 되어 총 6900여 명의 많은 후보가 나왔습니다. 집권 2기를 맡게 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1945년생이어서 75세라 고령입니다. 새로 맞는 임기를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주변의 주요 투자국인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일본, 한국과의 관계도 결실을 맺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습니다.


집권 1기에 현 정부는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조항을 개정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산되었습니다. 대통령 출마조항, 군부 통제권 등. 2008년 군부 통치 시절에 만든 헌법입니다. 아직도 경찰조직을 거느린 내무부, 국방부, 국경수비 등 3개 부처는 군부에 통제권이 있습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군부와 마찰 없이 협력하는 정치 스타일을 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현 대통령이 양곤지역에 출마했습니다. 내년 2월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지명된다는 포석입니다. 집권 1기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대통령이 한번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조간신문들을 넘기며 어제의 선거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봅니다. 보라색 물감의 새끼손가락의 물결. 빨강색 티셔츠의 물결. 그리고 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따웅지에 사는 25살의 한 임산부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사전투표도 가능한데 직접 당일 하려고 아침 일찍 투표소에 왔다가 피를 흘리며 응급차에 실려갔습니다. 투표라곤 난생 처음 해보는 청년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습니다. 지금 미얀마 공영방송에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막 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입니다.
"ᆢ우리는 두 가지 큰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일, 다른 하나는 선거를 성공리에 잘 마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하나는 잘 끝냈고, 다른 하나를 잘 끝내야 합니다. 자가격리로 인해, 국경을 폐쇄해 투표를 못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질병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고 있고, 이제 국민들을 위해 준비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입니다. 나라의 경제력을 증강할 계획들을 국민들과 의논하고 싶습니다.ᆢ"
정선교 MECC 상임고문
저널리스트 겸 작가. 국제 엔지오로 파견되어 미얀마에서 6년째 거주 중. 미얀마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미얀마 전역을 다니며 사람, 환경, 자연을 만나는 일을 즐겨 한다.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에 사는 난민들과 도시 빈민아동들의 교육에 큰 관심이 있다. 미얀마 국민은 노래를 좋아해 요즘 이 나라 인물을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