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부인사’의 대권후보 지지율 1위 등극에 여야 반응 온도차
여권선 ‘반짝 효과에 불과’ 폄하···검찰개혁 실패 방증임을 인식해야
야권은 대권주자들 존재감 무력화돼 비상···대여전선 확 뜯어고쳐야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한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한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자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로 향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  /연합뉴스

 

새카만 밤하늘을 사람들이 숨죽여 지켜봅니다. “펑” 소리와 함께 찬연한 불꽃들이 사방에 흩어집니다. 사람들은 다음에 또 어떤 불꽃이 터질까 조용히 지켜봅니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불꽃놀이의 잔영을 담고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서울 여의도에서는 해마다 가을밤에 불꽃놀이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야기입니다. 국민의힘에는 대권주자 지지율 명단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지리멸렬 후보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여당은 지지율 1, 2위를 석권하며 정국을 휘어잡고 있습니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불꽃이 윤석열 총장입니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가장 핫한 인물입니다. 오죽했으면 ‘정치의 정’자도 언급하지 않았던 그가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윤석열이라는 불꽃은 ‘도토리 키재기’ 후보군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의 야당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짙어지고 앞이 더 보이지 않을 때, 그 불꽃은 더욱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작 본인은 정치에 대한 말을 전혀 하지 않지만, 여론조사 기관은 윤석열이라는 불꽃을 빵빵 터뜨립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더 궁금해집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모양의 불꽃이 가을밤을 수놓게 될까. 모양이 작거나 크거나 예쁘거나 그냥저냥 하거나 개의치 않습니다. 오로지 불꽃이 터져만 주면 환호하고 박수를 칩니다. 이상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불꽃놀이에서 뭇 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그 매력 있는 불꽃도 바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립니다. 몇 초 만에 지는 명멸의 역설이 불꽃놀이입니다. 사람들은 그 불꽃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 불꽃에 집착합니다. 윤석열 총장의 ‘정치적 운명’은 아마도 대중들에게 아주 잠시나마 환한 밤꽃을 드리웠다가 꺼져버리는 불꽃과도 같을 것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석열 총장은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까요?

사실 한국 정치의 밤하늘에는 몇 년마다 ‘여의도 불꽃놀이’가 펼쳐지곤 했습니다. 김영삼 정권 때 이회창이, 노무현 정권 때 고건이, 박근혜 정권 땐 반기문이 여의도 밤하늘을 밝혔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의도 정치밥을 먹지 않았던 ‘외부인사’들이었고, 그 말로는 허망하게 꺼져버리는 불꽃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윤석열 총장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반짝 하고 태어나 권력까지 잡았던 ‘대권 속성반’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삼수생 이회창도 결국은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 ‘머피의 법칙’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또 윤석열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눈과 귀를 더 가까이 들이댑니다. 

최근 윤석열 총장은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윤 총장은 여야 통틀어 대권주자 지지율 지존에 오른 것입니다. 국민들은 놀랐고 여야도 나름대로의 이유로 충격을 받은 것 같지만 양측의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먼저 여당의 반응부터 보겠습니다.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서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 급부상’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자 “국민의힘이 변변한 후보가 없어서 그 지지를 올려놓는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여권의 윤 총장 급부상에 대한 반응의 ‘일단’입니다. 윤 총장의 지지율 급등은 그의 ‘개인기’가 아니라 상대의 연속 자책골로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 파괴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쓰면서 2016년 6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한 여론조사 그래픽을 첨부했습니다. 반 전 총장처럼 윤 총장의 인기도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여론조사 1위 등극에 대해 여권에서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여론조사 1위 등극에 대해 여권에서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검찰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윤 총장의 부상은 이 개혁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감찰 지시 등에 잇따라 나서면서 불필요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이 윤 총장의 몸값만 키워 줬다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추미애-윤석열 전선이 검찰개혁과 반개혁 전선으로 확대되면서 여당이 더 불리한 국면을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상승시켜 결국은 그 부담이 문재인 대통령으로까지 향하게 되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습니다. 현재 야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수습하지 않고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으며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추-윤 전선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이대로 검찰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그의 ‘저항’이 국민적인 호응을 얻는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여권의 검찰개혁 작업도 이전보다 더 지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 실패한 검찰개혁을 문 대통령이 완성하려 했지만, 그 로드맵이 윤석열 때리기로만 비쳐지면서 검찰개혁의 순수성과 정당성마저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여권이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 급부상을 단순히 ‘반짝 효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 관점에서는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더욱 면밀한 상황관리가 필요합니다. 현재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장관의 특별활동비 ‘감사’와 그의 장모에 대한 수사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압박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에 대한 정치적 핍박으로 비쳐지며 윤 총장의 지지율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권에서는 “추 장관의 무리수가 오히려 검찰개혁을 희화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에 대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추 장관의 계속되는 ‘반발’에 대해 “정도껏 하라”며 면박을 준 것이 이런 시각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권의 윤 총장 급부상에 대한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야권의 대권주자가 되어도 별로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윤 총장이 아무리 지지율이 급등하고 인기를 끌어도 정치적인 세력은 거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입니다. 친문이라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이 볼 때 윤석열의 등장은 오히려 반길 만한 소재입니다. 윤 총장의 인기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일시에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윤 총장을 밀어올리는 지지층이 현재의 보수층일 수 있는데 이들이 얼마나 결속력을 가지고 지지를 유지해줄지 미지수입니다. 윤 총장의 열기는 순식간에 확 꺼질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이 야권에 엄청난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입니다. 윤 총장이 현재의 야권 대권주자들이 부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야권의 유력한 주자가 급부상하는 것을 윤 총장이 눌러주면 줄수록 여권에게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됩니다. 야권에서 유력한 주자가 윤 총장 외에 뜨는 사람이 없다면 여권으로서는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여권으로서는 윤석열 부상이 야권의 대권주자 견제 입장에서 볼 때 손해 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여권이 윤 총장을 의도적으로 더욱 정치적 핍박을 가해 그가 대권주자로까지 박차고 나가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유력한 대권주자 ‘2인방’을 보유한 여권은 윤석열 총장의 급부상에 대해 그렇게 패닉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야권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단 야권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도 상승세를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윤 총장 자체 경쟁력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 피로감과 반발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총공격하고 있는 윤 총장의 지지율 1위가 뜻하는 건 정권 비리 수사를 방해하고 중상모략도 서슴지 않는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외적으로 표정관리를 하기 위한 멘트입니다. 

속으로는 제1야당으로서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힌 것에 대한 울분과 낙담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먼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당히 난처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이유가 바로 유력한 대권주자를 발굴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는 토대를 마련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역할을 김 위원장은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김 위원장은 타의로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 윤 총장 부상에 대해 “어떻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 후보라고 그러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 정부에 소속된 사람이다” “윤 총장은 정부 여당 사람이니까 지지도 제일 높다는 건 정부·여당 내에서 윤 총장이 제일이라는 얘기”라는 등의 안드로메다식 답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를 여권 사람으로 치부해본들 그의 지지율이 꺼지는 것도 아닙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 1위 등극에 이렇다할 대권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자존심이 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앞줄 왼쪽), 비상대책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 1위 등극에 이렇다할 대권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자존심이 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앞줄 왼쪽), 비상대책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의 급부상에 김 위원장의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애초 ‘어떤 주자도 국민의힘에서 적극 검토해보겠다’며 판을 깔아주고 주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가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차단하기에만 골몰하다보니 지금까지 죽도 밥도 안 되는 대권주자 만들기가 돼 버린 것입니다. 윤 총장의 급부상에는 김종인 위원장의 하나마나한 리더십이 그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주자에게 ‘정부여당 사람’이라며 ‘나 몰라라 인식’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의 정국에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이제 대권주자 ‘산파’의 역할에 한계가 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데려올 주자 또한 그의 ‘낙점’을 받지 않고서는 무망합니다. 김종인의 사심이 개입된 대권주자 만들기는 백이면 백 전부 실패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된 보수정당을 살리려는 순수한 의도와 한줌 되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윤 총장의 부상은 현재의 야당에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수십년 정치를 해온 베테랑들이 있는 제1야당이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않은 인물에게 지지율 1위를 빼앗기는 현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야당이라고 믿기 힘든 지리멸렬하고 허약한 모습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야당이 느끼는 열패감과 당혹감은 말도 못할 것입니다. 이런 패배의식이 야당의 바닥까지 깊숙이 퍼지면서 기존의 대권주자들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정권과 맞장을 뜨는 것은 기존 야당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지금 윤석열 총장이 하고 있다는 게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장외에서는 진중권 전 교수가 되겠네요). 정권과 맞서는 모습의 윤 총장이 존재감을 키울수록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야권 재편’을 꺼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은 지금 모두 윤석열이라는 불꽃놀이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분석한 대로 윤석열 총장의 부상이 기존 야권 주자들의 존재감을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야권은 모멸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이 문제부터 극복을 해야 합니다.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준비를 하든지(대법관 출신 이회창의 신한국당 접수 작전을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아니면 윤 총장과 대적할 만한 새로운 인물을 차례로 내세워서 메기 효과를 노려보든지 해야 합니다. 멍하니 앉아서 ‘부끄럽다’는 말만 되뇌고 있습니다. 당 ‘대표’는 ‘저쪽 사람이다’라고 우깁니다. 이러다 그냥 앉아서 제1야당을 통째로 윤 총장에게 넘겨줄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면 ‘그들만의 주자’를 뽑아 또 다시 대선에서 망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정치신인’ 윤 총장의 부상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내부에서 젊은 주자를 발굴하든지, 외부에서 신망 높은 주자를 삼고초려로 모셔오든지, 뭔가 새로운 역동성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론조사 기관의 지지율 발표에 질질 끌려 다니며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합니다. 야당의 수장부터 새로운 인물로 바꾸고 제대로 전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윤석열 현상에 일희일비하며 마음 졸이는 현재의 야당은 병을 고칠 의사가 없는 중환자처럼 보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총장 입장을 보겠습니다. 그에게는 4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조용히 초야에 묻히는 것, 임기를 끝까지 마치거나 중간에 사퇴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3지대에서 대권도전을 시작해 국민의힘과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는 것 등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그가 현재의 정치적 위상을 최대한 활용해 현 정권의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검찰 조직의 위상과 독립성과 검사들 특유의 조직논리를 유지해나가며 후배들의 ‘형님’으로 영원히 남는 것입니다. 윤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정치 입문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거친 정치지형에서 살아남게 힘을 주는 강력한 지지세력이 없고, 현재의 야당에서도 그와 코드가 맞거나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벽이 그의 정치참여를 주저케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윤 총장으로서는, 액션배우 기질과 쇼맨십도 다분히 있는 그가, 현재의 핍박받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그들만의 ‘조직’을 지켜낸 총장으로서 ‘명예퇴직’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찰의 조직논리를 우선하는 것이죠. 

어둠이 짙을수록 불꽃놀이의 빛은 선명해집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야당이 있었기에 윤석열 총장의 여의도 불꽃놀이도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고 그런 불꽃이지만 야당의 어두운 반사판이 윤석열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루 빨리 야당에서 오랫동안 정치현장에서 탄탄하게 바닥을 다진, 비전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가 비록 불꽃놀이의 불빛처럼 강렬하게 반짝거리지는 않겠지만, 온 세상을 오랫동안 지긋이 비추는 등불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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