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큰 틀에선 현행 유지, 출판시장 변화 반영 세부사항 조정 계획"
공공기관서 책 구입 땐 10%만 할인···정가판매 위반 과태료 차등 부과

11월 20일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정부와 출판계 간의 깊어졌던 갈등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결정, 발표했다. 문체부는 자료를 통해 “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 큰 틀에서는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출판시장 변화 등을 반영해 세부사항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에서는 정가변경(재정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가변경 허용기준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한다. 출판사들이 쉽게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도서관이 책을 구입할 때에는 물품, 마일리지 등 별도의 경제상 이익 없이 정가 10%까지의 가격 할인만 제공하도록 했다. 또 정가 판매 의무의 위반 횟수에 따라서 과태료 역시 300만~500만원으로 차등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300만원이었다.
전자출판물에는 정가 표시 의무가 보다 유연하게 적용된다. 캐시, 코인 등 전자화폐로 웹툰 등 전자출판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작품정보란과 같이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원화 단위의 정가를 표시하면 된다. 단, 소비자가 정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자화폐와 원화 간의 교환비율, 예를 들어 ‘1캐시=100원’식으로 명시해야 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재정가 제도를 활용해 출판업계와 함께 ‘재정가 페스티벌(가제)’과 같은 정가 인하 행사를 개최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양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판매 목적의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정가 표시 의무)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정가 판매 의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단, 정가의 15% 이내(가격할인은 10% 이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처음 시행된 이래, 여러 번 개정을 거쳐 지난 2014년 할인율을 최대 19%에서 최대 15%로 조정하고, 발행 후 18개월 경과 도서 및 도서관 등이 간행물을 구매하는 경우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를 운영, 의견수렴과 토론을 통해 마련한 합의안을 7월 15일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공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정부가 태도를 바꿔 16차례에 걸쳐 진행한 도서정가제 합의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방침을 통보해왔다. 문체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민관협의체의 합의 사항을 재논의하고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것 자체가 기존 협의안에 대한 파기다”라고 반발했다.
한국작가회의 역시 “도서정가제는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도서정가제를 포기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폭압 속에서 작가들이 그나마 되찾은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출판·문화단체, 소비자단체, 전자출판단체 등은 지난 8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토론회와 성명서 발표,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이번 문체부가 발표한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협의과정을 통해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도서정가제가 보다 더 탄탄하고 공고한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제도인 만큼 작가, 출판사, 서점, 소비자 등이 상생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출판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