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장관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 아닌 문 정부의 왜곡된 권력시스템 문제
소신 있는 장관 찾아볼 수 없는 건 독립적 리더십 못 만들어준 대통령 책임
정치본령서 멀어지는 한미정치 닮은꼴···친문집단 확증편향성도 점점 심해져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 내용이 구설수를 넘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권력형 성범죄에 무딘 태도로 비판을 받아온 이정옥 장관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거론하며 “공직사회 최고 지위에 있는 남성이 휘두른 성폭력 사건으로 838억원의 선거 비용이 나간다”며 이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에 이 장관은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오 전 시장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이미 범죄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답변을 피한 것은 그렇다 쳐도, 이 장관의 공직자 성추행 논란에 대한 인식은 과연 여성가족부의 수장이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이 맞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즉각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대책위원회는 “피해자는 국민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시켜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의 수장으로서 이러한 관점으로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집단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한다. 여가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나. 내 앞에서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당사자가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할 정도로 이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했던 것입니다.

여성계와 정치권도 이 장관의 발언에 잇단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고위 공직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어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하는 곳은 수사기관이다. 여가부가 이런 말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하는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도 “(권력형 성범죄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여가부 존립 이유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거센 비판이 거셌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보궐선거를 두고 여가부 장관이 사실상 두둔에 가까운 궤변을 하고 있다. 여가부 장관이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집권 여당이 아니라 피해 여성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가부는 성인지 감수성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인 ‘보호’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부처입니다. 정부의 정책과 인식 자체가 모호하거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여지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이정옥 장관은 같은 여성인 피해자의 입장보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염려할 법한 ‘수사 중이라 권력형 범죄라는 말을 못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여가부가 이번 사안에서만 이렇게 소신 없고 영혼 없는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닙니다. 올해 7월경 ‘박원순 사건’ 후폭풍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올라오자 닷새 만에 10만 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청원인은 ‘최근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서 여가부가 제대로 여성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가부는 정의연 후원금 논란과 관련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박원순 사건에 대해서는 초기에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여가부는 박원순 사건이 불거지고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피해자 보호 원칙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정옥 장관은 이후 ‘집단 학습’ 발언의 취지에 대해 “성인지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압도되다 보니 그런 표현을 한 것 같다”며 “오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피해자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 논란에 대해,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가며 해야 한다”며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왜 집권여당의 대표가 경고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정부부처 장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구두경고를 날려야 합니다. 이 문제는 이낙연 대표가 국민들의 지지율을 의식해 경고 멘트를 날릴 게 아니라 여성가족부 장관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 장관의 답변이 단순히 말실수에서 온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안고 있는 왜곡된 권력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각에서 계속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부처의 정책이나 대응기조가 여성중심이 아니라 권력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피해여성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문바라기’로만 정국을 인식하고 있으니 이런 괴상한 답변이 나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의 민감한 이슈 파장이 청와대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나머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답변을 한 것입니다. 사안의 본질을 쏙 뺀 채, 전 국민이 학습해야 할 교재로 인식을 전환시키는 이 장관의 순발력이 대단합니다. 전 국민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인식하면서 국민 전체가 박원순 오거돈을 보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해야 한다는 이런 해괴한 논리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실 정치권에서 진작부터 여가부 폐지론이 계속 나왔던 것은 그 부처가 하고 있는 역할이 전혀 여성 중심적이지 않고 권력에만 아부하는 부처로 인식됐기 때문입니다. 여가부는 여성 청소년 안정 강화에 중점을 두는 부서로 올해 예산이 1조 200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가부가 반드시 나서야 할 곳에, 여성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에는 그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가부 폐지 여론과 관련해 여성계에서는 “폐지를 거론하기에 앞서 청와대가 정권이 아닌 국민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고, 그가 제대로 된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자체장 등 권력 정점이 있는 인사에 의한 성 비위 사건의 책임은 여가부뿐 아니라 청와대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여가부를 중심으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사후처리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장관을 임명하고 그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여성과 국민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독립적인 리더십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런 일을 누가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 말고는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부처 장관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첫 번째로 해야 할 막중한 역할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친화적인 정부가 되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강당에서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소보다 더 온화한 말투와 표정으로 간담회를 이끌어 참석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그는 “성평등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천”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과연 그는 성평등 정책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성장관을 많이 늘려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고 말만 하면 성평등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관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최우선적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소신 있는’ 장관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소신이 당청에 의해 무참하게 깨지자 열을 받아 사표를 던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은 문 대통령의 이중적인 리더십에서 기인합니다. 장관의 소신은 당청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무참하게 깨지기 일쑤입니다. 장관들이 청와대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은 진작부터 있어왔습니다. 모든 현안은 문재인이라는 달을 밝게 비추는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이 정권에서는 일종의 불문율이 돼 버렸습니다. 대통령에게 항명까지는 아니지만 민감한 정책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장관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번 이정옥 장관의 ‘전 국민 학습발언’도 문 대통령의 선한 이미지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청와대로 향하는 화마를 방지하기 위한 ‘심기 경호’의 발로라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전부 옳은 것은 아닙니다. 청와대가 만고의 진리도 아닙니다. 권력이 항상 선할 수도 없습니다. 비판을 두려워하고 비판받지 않으려 하는 권력은 그 자체로 썩어갑니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력은 타락하고 부패합니다. 무능해집니다. 모든 장관들이 오로지 ‘문재인 중심’으로 알아서 고개를 숙인다면 부처의 정책들은 오로지 청와대의 반경 안에서만 맴돌게 됩니다. 지지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은 그래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문 대통령은 공개된 자리에서 사회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여론의 뭇매가 예상되는 이슈에는 장관을 내세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돼 가고 있다는 말은 자신감 있게 여러 차례 했습니다. 경제도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줍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며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북한군 민간인 사살, 추미애-윤석열 검찰개혁 갈등, 최근의 민주당 ‘비위자 공직선거 불출마 당헌 폐기’ 등과 관련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타내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논란을 몰고 올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사태를 방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은 잘못된 정책이나 장관들의 실수에 대한 일종의 동조입니다. 언제까지 ‘우리 이니 맘대로 해’라는 친문세력의 뒤에 숨어서 이미지 관리만 해야 합니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과감하게 실책을 바꾸어 나가는 용기를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금 이 정권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에게 손톱만큼의 이미지 실추 가능성이 있는 이슈에 대해 ‘문재인’은 없습니다. 폼 나는 일에만 나서는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고 그 갈등을 해결해주는 최종 결정권자가 바로 대통령입니다.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합니다. 미국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선거가 끝난 지 3일이 돼가도 누가 대통령이 되는 건지 소식이 없습니다. 이 혼란에 트럼프 대통령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는 원래 TV리얼리티쇼(NBC어프렌티스) 호스트로 인기를 누리던 천부적 예능인이었습니다. 그는 대중들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이 뛰어납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확증편향적인 언행으로 미국의 정치를 완전히 두 동강 내버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도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한 모든 주에 불복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패배 인정과 승복의 아름다운 전통을 지켜온 미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급기야 내전 직전까지 가는 적색경보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불화와 갈등의 진원지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단 한 명의 비뚤어진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200년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송두리째 휘젓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자리만 탐하던 참모들 중 그 누구도 패배를 승복하자는 소신발언을 내놓지 않습니다. 한 통속으로 똘똘 뭉쳐 오로지 미국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워싱턴의 기득권에 의해 지배돼온 기존 정치권력에 대한 반감을 트럼프 대통령이 많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해묵은 기득권 정치의 구도를 깨기 위해 트럼프 나름대로의 적진 흔들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확증편향 정치는 도를 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믿고 싶은 정보만 듣고 보게 합니다. 그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켜 적대심을 키우고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려 합니다. 트럼프는 패배할 것입니다. 필자는 미국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사람의 대통령이 한 국가를 이렇게까지 두 동강 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치도 점점 양극단을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이후 집권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이후 여권의 일방독주는 이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일 하는 국회’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여당의 야당 무시는 점점 노골적인 행태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정옥 장관의 터무니 없는, 여론과 완전히 따로 노는 답변은 여권의 오만한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문세력의 확증편향에 대한 경향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그런 친문에 둘러싸여 또 그들의 눈치를 봅니다. 그 확증편향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사람은 바로 ‘좌표’가 찍힙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그랬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내 평생 올해만큼 악플을 많이 받은 적이 없다”고 한탄을 할 정도로 친문세력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단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 교수의 범죄예방 전문성과 지식은 적군을 위해 써먹는 ‘곡학아세’가 돼버렸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는 점점 타협과 존중이라는 정치 본령의 영역에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오로지 내편만 있고 내편이 아니면 바로 공격을 합니다. 정치인들이 바로 그런 악마의 분위기를 만드는 장본인입니다. 대중의 확증편향성을 악용해 정권 창출과 지지율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갈등과 혐오를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과한 표현일까요? 문 대통령의 선택적인 침묵과 실책에 대한 방조는 이런 오만한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최근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당헌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해괴한 논리를 거침없이 표출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의 압승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이 승리의 약발을 2022년 대선 때까지 그대로 이어갈 것입니다. 확증편향에 갇힌 핵심 지지층들이 온라인에서 중무장해 싸워줄 것이기 때문에 걱정도 없는 듯합니다. 그 뒤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까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지층 눈치만 보면 되니, 이정옥 장관이 전 국민을 성인지 감수성 학습 대상자로 몰아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오로지 세상이 ‘달’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든 확증편향의 세계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오로지 ‘내 자리’에만 탐욕의 촉수를 들이대는 정치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달님은 언제나 아름답다’는 아부에 익숙한 대통령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 마취가 깨어나는 날, 우리는 갈등과 혐오로 두 동강난 사회를 보고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단 한 사람’만 바뀌어도 세상은 더 많이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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