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대원으로 광주시민들 사이에 잠입한 주인공 시선·동선 따라 극 서사 전개
주인공 '박한수' 역에 민우혁 테이 서은광 캐스팅···'임을 위한 행진곡' 등 선보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제창하기도 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오월의 추모곡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광주’가 13일부터 막을 올렸다.
뮤지컬 '광주'는 1980년 5월 18일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일궈낸 민주화운동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들소의 달’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으로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고선웅 연출가가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날의 광주를 다시 한번 조명한다.
13일 진행된 프레스콜 행사에서 고선웅 연출가는 “어떤 관점으로 광주를 다루는 것이 관객들에게 광주 운동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했다”라며 “시위대, 계엄군이 아닌 편의대라는 제3의 눈으로 바라본 광주, ‘넘어지고 아픈 이야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딛고 일어서는’ 광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극 중 서사는 편의대원으로 광주 시민들 사이에 잠입한 박한수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흐르고 있지만, 그날의 주인공인 시민들을 한 명 한 명 조명한다.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데 기여한 야학 교사 윤이건, 광주 시민으로서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면모를 가진 야학 교사 문수경. 최후의 항전까지 광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황사 음악사의 주인인 정화인, 참상을 목도하고 항쟁에 의지를 드러낸 천주교 사제인 오활 사제, 시민군 평화파 대표인 김창석, 시민군과 야학생, 편의대원 그리고 505부대 특무대장인 허인구까지 디테일한 서사를 부여했다.

‘박한수’ 역을 맡은 민우혁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1980년 5월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그 이야기를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이외에도 ‘애국가’ ‘훌라훌라’ ‘검은 리본 달았지’ 등 실제 노래와 문수경이 부르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전남도청에 모인 윤이건과 광주 시민들이 부르는 ‘투쟁가’ 등 공연 전반에 흐르는 노래들은 작품의 서사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관객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뮤지컬 ‘광주’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광주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상황을 외면하지 못해 갈등하는 ‘박한수’ 역에는 민우혁과 테이, 서은광이 무대에 올랐으며, 시민군의 중심에 있는 야학 교사 ‘윤이건’ 역에는 민영기와 김찬호가 분해 섬세한 내면 연기로 공연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광주문화재단 이묘숙 사무처장은 “문화 예술 공연에서는 ‘공감’이라는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광주만의 아픔이 아니라, 뮤지컬을 보면서 우리가 지나왔던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 주고 보듬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뮤지컬 ‘광주’는 독재자의 죽음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모종의 시나리오를 짜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11월 8일까지 공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