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분에 상응하는 조치 취해야” 강경
중진의원들은 “여당 물타기에 놀아나 개인 희생양 삼아선 안 돼” 맞서
“골든타임 놓쳤다” 당 지도부 리더십 불신받고 민주당 공세 더 거세질듯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수천억 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박은숙 기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수천억 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에 시련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청탁 문제로 신나게 문재인 정권을 두드렸지만, 이내 그 약발이 다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역공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덕흠 의원 논란을 두고 두 기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도 여당의 집중공격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덕흠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여론도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의 거취와 향후 대응방안 등을 두고 의견이 완전히 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당 내부 분위기입니다.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은 여당의 ‘물타기’ 노림수에 놀아나 박 의원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초선인 박수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 본인 해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당 윤리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역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는 당 혁신이 흔들림 없이 완성되기 위해서라도 박 의원 논란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합니다. “여당의 죄가 아무리 중해도 우리 흠결을 덮고 갈 수는 없다” “상대방을 공격하려면 우리가 먼저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는 등의 강경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 지도부가 박 의원 관련 의혹을 조사할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초선들의 ‘압박’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초선을 비롯한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국회는 각 상임위마다 다양한 형태의 이해충돌 사안들이 있습니다. 이는 여야 의원들 모두 해당됩니다. 하지만 박덕흠 의원의 경우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왔다는 의혹이 계속 있어왔고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이 대부분 구체적 수치와 정황증거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무조건 발뺌만으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박덕흠 의원 한 개인의 비리 의혹이 당 전체의 ‘자정’ 이미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에 대해 초선의원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총선에서 완전히 패배한 뒤 국민의힘이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소통’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꼰대’ 정당 이미지가 강했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면서 황교안 전 대표는 일부 극성 우익세력에 편승한 나머지 중도보수층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총선 참패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 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면서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통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박덕흠 의원 사태도 제기된 의혹만으로 놓고 볼 때 그렇지 않아도 국회를 불신하고 있는 여론의 ‘화’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도 박덕흠 의원 사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며 거들고 있습니다. 사안이 해명하고 논란을 덮는 수준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한 전직 고위당직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무시하거나 정면 반박하며 발뺌하는 것이 일정한 패턴이었다.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의회권력의 힘만을 믿고 그냥 뭉개도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항상 여론과 반대로 가거나 따로 노는 형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에서 한번 어깃장을 놓으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초선 의원들은 알고 있다. 작은 사안이라도 의혹이 제기되고 여론이 부정적이면 적극 해명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류다”라며 “예전에는 의총에서 초선들이 중진들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했다. 여기에는 강력한 대선주자가 있고 그에게 줄을 서는 중진들이 있었기 때문에 상명하복식의 당 의견수렴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강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것이 초선들에게도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박덕흠 의원 사태는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당 차원에서 막고 가려고 하겠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본다. 일단 제명시킨 뒤 사법처리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박 의원 사태를 정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선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신중론에 기울어 있습니다. 당 지도부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불법 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의식해 당 차원의 징계부터 운운하는 것은 도의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이렇게 한번 밀리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국민의힘 의원 관련 의혹에 제기될 때마다 수세적으로 방어만 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비리집단’이라는 등식이 굳어질 경우 내년 재보궐 선거에도 큰 악재가 될 것입니다. 당 지도부의 자존심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박덕흠 의원 관련 의혹 제기 타이밍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과 김홍걸 윤미향 이상직 의원 등의 논란에 대한 여당의 ‘물타기 전략’이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러질 수는 있어도 굽힐 수는 없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이미 제명된 김홍걸 의원이나 중징계가 검토되고 있는 이상직 의원과 비교하면 박덕흠 의원 사안은 검찰의 정밀한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어느 정도 불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의혹만으로 당장 자르기가 애매해지는 것입니다. 더구나 3선 중진의원이기 때문에 당으로서도 단칼에 내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다른 중진들의 반발과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의혹만으로 당헌·당규상 징계하기도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건설공사 하는 사람은 정치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당에서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규명해줘야 한다.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다선 의원도 “여당에서 이슈 전환용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 박 의원 개인이 억울한 일은 없도록 밸런스(균형)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박덕흠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처에 대해 지도부를 불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화상회의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의 화상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박덕흠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처에 대해 지도부를 불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화상회의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의 화상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쌓여 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회 국토위원으로 있으면서 피감기관에 가족회사가 1000억원대 수주를 한 박덕흠 의원 논란과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찬성 논란으로 당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변화’ ‘단결’을 강조하며 좌고우면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의총 도중 기자들을 만나 ‘박덕흠 의원 처분’에 대한 질문에 “조금만 기다려보라. 다 판단을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박덕흠 사태’ 첫 번째 대응이 잘못됐다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쇄신의지를 강조하려면 의혹이 제기됐을 때 대응하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일단 제기된 의혹에 대해 깨끗하게 대 국민 사과를 하고 박덕흠 의원에게도 윤리위 회부나 당원권 일시정지 같은 상징적인 조치를 순발력 있게 취했어야 합니다. 민심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급변합니다. 더구나 박덕흠 의원 관련 의혹은 평소에 국회의원들을 부패집단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더욱 공고히 해줄 뿐입니다. 박덕흠 의원 사태에 대한 분노의 여론이 국민의힘 전체로 번지는 불신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쇄신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빠져나갈 기회를 보고 있다고 국민들은 판단합니다. 이제 늦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악화일로의 여론에 등 떠밀려 그냥 박덕흠 의원을 떠내려 보낼 것입니다. 국민의힘 이미지도 기득권부패집단으로 더 가속화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민주당의 ‘박덕흠 한방’이 그냥 단순한 의혹제기 수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전망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의회 권력 해체와 쇄신’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는 결의에 차 있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민생국회가 철저하게 외면당했을 때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 ‘응징’이 총선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 강력한 개혁의 칼을 뽑을 것입니다. 의석수도 충분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당의 몇 명 낙오자나 희생자가 있다고 해도 국민의힘을 더욱 거세게 몰아세울 것입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해체 수준까지 가야 한다. 지금까지 쌓여온 의회의 적폐를 이번에 끊어내지 못하면 다시는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2, 제3의 박덕흠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9월 23일 정치개혁TF(단장 신동근 최고위원)를 출범시켰습니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입법과 제도적 개선책을 찾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라는 이름하에 적폐 의회권력 도려내기 수순에 이미 들어간 것입니다.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이 있었습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에 들어간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일종의 ‘퇴임축하연’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내 모임 지침(50인 이하)에 따라 45명만 초대됐지만, 각종 행사와 회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근래 들어 가장 뜨거운 정치모임이었습니다. 

“조용필 다음으로 노래하는 가수는 불운하다고 한다. 그래도 저는 이해찬 전 대표 뒤를 졸졸 따라다닐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길을 철길처럼 깔아놓아서 편안히 레일 위를 달리기만 해도 됐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 전 대표의 송곳과 면도날은 사람을 찌르고 괴롭히는 게 아닌,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예리한 수술칼이었다. 우리는 그의 경륜과 혜안을 그리워할 것이다.”(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역사를 돌아보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성공 곳곳에 이 전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김두관 의원)

이날 자리에서 범여권 인사들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쏟아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여권 내부에선 “이 전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기보다는 차기 대선에서 ‘킹 메이커’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이른바 ‘상왕’의 자리를 지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건배사로 “가자! 20년!”을 제안했습니다. 20년 집권으로 가자는 의미였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앞으로 20년 더 집권해야 한다’는 말이 오버랩 됩니다. 이 회장은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이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민주 정부가 벽돌 하나하나 열심히 쌓아도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질 수 있는지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동걸 회장이 “가자!”라고 외치자 참석자들 모두 “20년!”을 외쳤습니다. 

“국민의힘이 정신 더 단단히 차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민주당의 야심찬 건배사에 묻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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