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이슈 꺾이는 시점서 터져 국민의힘, 배경에 의구심
민주당 전략통 진성준 의원 제기…박 의원 직접 해명 등 정면 돌파 예정

자신을 둘러싼 ‘피감기관 편법 수주 의혹’에 대해 "100% 공개입찰 결과"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사진=박은숙 기자
자신을 둘러싼 ‘피감기관 편법 수주 의혹’에 대해 "100% 공개입찰 결과"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위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1000억원(추정액) 이상의 공사를 편법 수주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대 청탁 의혹과 윤미향 이상직 김홍걸(제명) 의원 등의 잇단 추문으로 21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상당히 수세적 국면에 몰리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국민의힘 중진 의원(3선)이 연루된 거액의 공사 편법 수주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먼저 정국의 추이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휴가 특혜 논란과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항공 사태, 윤미향 의원 기소 등 잇단 악재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은 하락하며 두 정당의 지지율은 다시 오차 범위 밖으로 벌어졌습니다.17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9월 2주 차 주간집계 대비 2.3%p 오른 35.7%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도는 3.4%p 내린 29.3%로 조사됐습니다. 이로써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1주 만에 다시 오차 범위 밖(95% ±2.5%p)으로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약간의 차이이긴 하지만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한 여론의 추이가 더 치솟지 못하고 민주당의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야당의 대정부 질문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회 대정부 질문 때 언론 등에서 나온 의혹 이상의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기존의 의혹 공방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추 장관 부부와 보좌관의 아들 휴가 민원 전화 여부, 서씨(추 장관 아들)의 휴가 공방, 추 장관의 동부지검 아들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인데 언론과 원내에서 나온 것을 재탕 삼탕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야당은 거의 모든 국정현안을 제쳐두고 추미애 장관에 올인을 했지만 실익은 별로 없었습니다. 추 장관이 아들 청탁에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현안 등에 대해 거의 질의를 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 배경으로 해석됩니다. 대정부 질문을 민생경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치공세의 전장으로 만든 것에 대한 여론의 반감입니다. 

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지지율 하락과 민주당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즈음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에 대한 공사 편법 수주 의혹이 튀어나왔습니다. 시기상 절묘합니다. 추미애 이슈가 한풀 꺾이는 시점에서 나온 야당 의원의 공사 편법 수주 의혹은 그 반동이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금배지 권력을 이용한 가족관련 회사의 사익 편취라는 악성 소재 때문입니다. 도덕성 추락과 권력형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여론도 이 문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설 예정입니다. 박 의원은 1천억원 이상의 공사 수주에 대해 “경쟁 업체들이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100% 공개입찰이었다”고 정면 반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의원이 소명하면 그 내용을 검증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기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률적인 문제도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과거 같으면 ‘야당 탄압’이라며 일단 반발과 저항부터 하는 것이 수순이었지만, 이번에는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진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과 김홍걸 윤미향 이상직 의원 등의 잇단 논란으로 민주당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터져 나온 박덕흠 의원의 편법 수주 의혹은 민주당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최근 여당에 집중되고 있는 의원 도덕성 논란을 ‘물타기’ 하기 위해 맞불을 놓은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 공세에 밀리면 이와 유사한 건들이 잇따라 터져 나올 수 있고, 21대 국회를 거치면서 겨우 ‘수구 기득권 세력’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과거의 구태 이미지로 돌아가는 치명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은 9월 17일이었습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이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맥이 풀리는 시점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진보색채의 언론사와 여당의 대야 전략 실무책임자인 진성준 의원(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합작’해서 박덕흠 의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진보성향 매체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의 민주당 전략통 진성준 의원실 자료를 받아 야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입니다. 타이밍은 더욱 절묘했습니다. 추미애 논란이 한풀 꺾일 때를 기다리며 터뜨릴 시점을 조율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블랙홀이 한차례 지나간 빈 공간에 박덕흠 편법 수주 의혹 이슈를 던진 것입니다. 

이는 정치에서 쓰이는 전형적인 위기탈출 시나리오와도 공교롭게도 매치가 되고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글을 한번 인용해보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 ‘헤비 SNS 유저’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조국의 적은 조국이다’(조적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자신이 과거에 쓴 글들이 권력을 쥔 현재의 조국을 저격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빗대어 한 말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글 가운데 2013년 10월 28일 내용을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특정인이 쓴 글을 조국 전 장관이 동의의 표시로 리트윗을 해 자신의 팔로워들과 공유한 것입니다. 조 전 장관은 “범죄자들의 변명 기법 1)절대 안 했다고 잡아뗀다 2)한 증거가 나오면, 별 거 아니라 한다 3)별 것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4)그것도 안 되면, 꼬리자르기 한다”라는 글에 대해 “다들 익숙하시지요?”라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때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뒤 한창 위세를 떨칠 때였습니다. 무소불위 권력으로 온갖 비리와 의혹을 덮는 과정을 빗댄 글에 동의를 한 것이죠. 이 공식을 추미애-박덕흠 문제에 대입해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권에 치명적인 이슈가 터지면, 일단 절대 한 했다고 부인하다가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별 것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별 것’이 나오면, 일단 프레임을 바꾸려고 합니다. ‘별 것’에 대해 계속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별 것이 있는 것 아니냐’며 상대를 물고 늘어지게 됩니다. 바로 이 3단계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박덕흠 의원 편법 수주 의혹 제기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여당의 물타기’라며 정략적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은 그 자체로 별다른 권력형 비리가 아닌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추미애 라인으로 점령당한 검찰이 과연 객관적 결과를 내놓을지도 의구심이 듭니다. 차라리 추 장관이 ‘정적’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아들 청탁 문제를 일임해서 조사하겠다고 했으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더욱 담보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덕흠 의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국민의힘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닭한테 물리게 생겼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공감을 표시한 ‘권력의 위기탈출 전략’ 3단계가 발동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법 수호의 최후보루인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사적인 편의성을 위해 군을 압박했다면 그 자체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상임위 권력을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사익을 ‘편취’했다면 이것 또한 사법처리가 마땅합니다. 국민들은 바로 이 두 사안 모두 진실을 원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나 여당의 물타기가 아니라 의혹이 투명하게 진실규명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바람은 ‘정치적 프리즘’에 의해 그 빛이 종종 왜곡 되고는 합니다. 윤미향 의원은 정의연 업무상 횡령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것을 ‘정확한 계산법’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진영논리로 재단하고 변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치부가 드러나는 의혹이 제기되면 해명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의혹을 제기한 쪽을 ‘수구’ ‘반개혁’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미향 의원은 당선자 시절 자신으로 향하는 업무상 횡령 의혹에 대해 ‘친일'’ 프레임으로 맞섰습니다. 그는 “보수 언론과 미통당(미래통합당, 국민의힘 전신)이 만든 모략극이다. 한·일 위안부 협상을 체결하고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은 미통당과,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시각을 조금도 바꾸려 하지 않는 친일 학자에게 맞서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돈을 어디 썼느냐’는 물음에 “친일파”라며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4일 윤미향 의원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횡령 등 무려 7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 검찰인사에서 ‘반 검찰개혁’ 세력으로 몰린 많은 검사들이 옷을 벗었고 검찰조직이 친여성향 검사들로 대부분 채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윤미향 사건은 그 위법성이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정무적 마사지’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 ‘친일파 흑백논리’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박덕흠 의원의 거액 편법 수주 의혹은 국회의원이 관련 상임위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한 심각한 사안입니다. 혐의가 밝혀지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만큼 중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추미애 장관 아들 청탁 논란을 빠져나가기 위한 민주당의 물타기 비상통로로 이용된다면, 이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선한 권력은 없습니다. 언제나 권력은 치부를 가리고 진실을 숨기려고 합니다. 그래야 권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권력의 속성입니다. 민주당이 기득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약점으로 더 큰 허물을 덮으려고 한다면 그 또한 국민들의 응징을 받을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공감했던 ‘권력의 4단계 발뺌 전략’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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