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후 추미애 양정숙 윤미향 이상직 김홍걸 등
도덕성‧권력‧재산문제 결부된 악성 이슈들로 민심 악화돼  

9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종현 기자
9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야당으로서 거친 광야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두 선거 모두 비교적 큰 득표차(17대 530만표, 18대 108만표)로 패배해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암울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뒤 이렇게 진보진영의 암흑기는 10년 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진보진영은 10년 절치부심 끝에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 올려 정권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장기집권 10년을 잇는 거대권력이 되었습니다.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두었고, 당 지지율에서나 대선후보 경쟁력에서나 다음 대선도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쯤 되면 민주당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국가재난 사태에 가려져서 그렇지, 현재 툭툭 튀어나오는 민주당 문제들을 보면 과거 정권이었으면 권력 근본이 휘청거릴 정도의 논란거리가 많습니다. 코로나19라는 국민의 관심을 끄는 초대형 이슈가 없었더라면 민주당도 탄핵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 퇴진운동에 직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터진 추미애 군대 아들 청탁 논란, 양정숙 부동산 명의신탁 탈세, 윤미향 위안부 할머니 공금 횡령, 여기에 이상직 이스타항공 사태와 김홍걸의 재산 부실 신고까지 다양합니다. 

추미애 장관의 경우 도덕성 논란이지만 다른 경우는 모두 재산 돈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국회의원 금배지라는 권력에 돈 문제까지 결부돼 있는 악성 이슈들입니다. 이는 진보진영 10년 암흑기가 남긴, 권력에 대한 향수와 관성에서 나온 후유증들입니다. ‘10년 동안 우리가 고생했으니 우리도 이제 등 좀 펴고 살자’는 심리가 발동하고 있습니다. 묘한 보상심리입니다. 386 학생운동권의 대표인사 중 한명인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태양광 사업과 국회에 특정 업체 납품 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 이런 시각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여권과 진보진영에 상존하는 이런 ‘보상심리’는 권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습니다. 현재 여권에는 ‘내로남불’을 넘어서는 도덕성 논란에 대한 철면피적인 대처와 범법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마저도 무시하는 듯한 막가파식 대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선도 이겼겠다, 견제하는 야당 세력도 힘이 약하겠다, 그칠 것이 없다는 식의 대응논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탈세,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 임원 경력 등으로 양정숙 의원(무소속)을 제명했다./사진=MBC 화면 캡처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탈세,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 임원 경력 등으로 양정숙 의원(무소속)을 제명했다./사진=MBC 화면 캡처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 부동산 명의신탁을 통한 탈세,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 임원 경력 등으로 양정숙 의원(무소속)을 제명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공금 횡령 의혹으로 윤미향 의원 사건도 터졌습니다. 민주당은 윤 의원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당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윤 의원을 공격하던 세력을 ‘친일파 후예’들이라며 맹공을 퍼붓던 공격적인 태도는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윤 의원 공금횡령 문제는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조계에서는 최소한 집행유예의 ‘유죄’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론 추이에 따라 법정구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이상직 의원./사진=박은숙 기자
최근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이상직 의원./사진=박은숙 기자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상직 김홍걸 의원 문제는 권력핵심과도 줄이 이어지는 더 심각한 이슈입니다. 먼저 이상직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직원 605명을 해고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5일 정기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심 대표는 “지난주 이스타항공 노동자 605명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된 분들은 임금삭감과 체불임금 반납 등 갖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코로나 위기로부터 회사를 살리려고 애써온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기업과 정부와 여당 그 누구에게서도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중략) 212억 자산가(이상직 의원)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 달아 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19대 국회에 민주통합당 의원으로 들어온 이상직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잇달아 맡으며 잘나가는 사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인 ‘타이이스타제트’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구설이 많았습니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에선 지역에서 유력했던 경쟁자가 공천에서 아예 배제되면서 여당 텃밭인 전북 지역에서 당선됐습니다. 현직 대통령 사위를 ‘자신의 회사’에 채용한 이상직 의원의 ‘파워’를 짐작케 합니다. 

정부여당은 이스타항공 문제 처리에 계속 미온적이었습니다. 최근 600명이 넘는 직원을 무더기로 정리해고했고 밀린 임금만 250억원에 달하는 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두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차명 주식 논란, 친척의 회삿돈 횡령 등 숱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구체적 해명 한번 내놓지 않았고, 검찰 수사 또한 제대로 받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이 정부여당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연히 나오는 것입니다. 

7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7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또 한명의 민주당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11일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받는 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향해 “그야말로 호부견자(虎父犬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는 뜻)”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김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은 고의성이 짙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 의원은 총선 후보 재산신고 당시 주택 4채 중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 1채(올 2월 시세 12억 3500만원)를 누락했습니다. 2016년엔 연달아 3채를 구입했단 의혹이 더해지며 투기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당의 ‘1가구1주택’ 방침에 따라 김 의원은 “팔겠다”고 했던 시세 18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 1채는 차남에게 증여하며 여론 뭇매를 맞았습니다. 김 의원의 부동산과 재산관련 의혹에 대해 당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문제보다 더하다”(호남권 의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스스로 탈당하거나 당이 제명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김홍걸 의원의 경우 건수는 4건으로 같은데 개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했고, 상가 같은 경우는 가액을 축소했고, 서초동 아파트 등 여러 가지가 차이가 많아 한두 건은 누락한 게 분명한 것 같다. 4년간 법을 만드는 것인데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라며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홍걸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입니다. 이희호 여사와 재혼하면서 낳은 유일한 피붙이입니다. 이희호 여사의 ‘막내 사랑’도 남달랐습니다. 그는 일정한 직업이 없이 사업을 하다 권력형 비리로 구속이 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02년 36억 원어치 주식·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구속기소 된 뒤 2003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3년·추징금 1억 6000만원을 선고받자 법조계에선 특혜판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최규선 게이트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는 이후 언론에 모습을 거의 나타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다시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받은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 때문입니다. 그에게서 비례대표의 전문성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2016년 1월 4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안철수가 이희호 여사와의 비공개 독대 자리에서 이희호 여사의 안철수 신당 지지 의사표현을 들었다고 언론에 발표했고, 이 내용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안철수와 대립 관계에 있던 민주당 측에서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김홍걸 의원이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여 “어머니는 그냥 듣기만 하셨다”라고 하며 안철수 측의 내용을 반박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이 부인했던 ‘공로’로 그는 2016년 1월 24일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민주당에 전격 입당하였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의장을 거쳐 여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그가 통일운동에 얼마나 기여했고 전문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민화협 의장이라는 자리를 꿰찼고 이어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후광’과 어머니의 공덕이 아니면 오르기 힘든 자리입니다. 그가 2016년 민주당에 입당할 때 당시 문재인 당 대표는 환영사에서 “김 교수님의 입당은 단순한 인재영입이나 우리당의 확장 차원이 아니다. 우리 당의 정통성과 정신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이다”고 했습니다. 호남에서 안철수가 한때 지지세를 확장하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문 대표로서는 호남의 상징을 영입함으로써 정통성을 인정받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이런 정략적 접근 때문에 김홍걸 의원은 금배지를 달 수 있었고, 결국 당에 부담을 줄 정도로 국회의원으로서는 함량미달 수준의 재산신고 축소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재산축소 신고로 논란이 된 김홍걸 의원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할 예정입니다. 현역 의원 2명을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일탈 행위를 살피는 감찰단의 ‘1호 조사대상’으로 삼아 강력한 자정 의지를 천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윤미향 의원은 검찰이 기소를 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자당 의원 3명을 자의반 타의반 ‘손절’해야만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민심이 악화돼 있습니다. 

민주당은 10년동안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러다 총선 압승 뒤 10년 장기집권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년 더 집권하자며 추임새를 넣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장기집권 최대 발판은 ‘진보가 하면 공정, 보수가 하면 부패’라는 이분법적 갈라치기 전략에 있습니다. 권력에 취한 그들의 오만과 편견은 또 다른 윤미향, 이상직, 김홍걸을 낳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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