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아 무릎 꿇고 질본 방문 등 잇단 '영역 침범'에 민주당 위기의식
'대선출마 욕심' 발언으로 견제...당 대표성‧명분 부족해 가능성은 별로

최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에 자신감이 붙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주목 요인은 2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광주와 국정운영 능력 과시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8월 19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해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실 김종인 개인으로 볼 때는 이런 ‘퍼포먼스’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그가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일 때도 광주 묘역을 방문해 사죄를 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대표’ 자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8월30일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주요 당직자와 소속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망월동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개인’ 자격으로 갔던 보수 정당 정치인들이 처음 ‘당’의 이름을 걸고 참배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그날 5·18 묘역에 도착한 직후 방명록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짧게 적었지만 무릎을 꿇는 상징적인 사죄 행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도 황교안 전 대표 등이 광주 묘역을 찾았지만 광주 시민들로부터 물세례를 맞는 등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반면 이번 김종인 위원장의 ‘사죄’는 이전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단단히 작심한 듯,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를 나타냈습니다. 팔순 노인(1940년생)이 어렵사리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는 행위도 그렇고, 눈물까지 보인 것에 대해 여론도 대체로 호의적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광주’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에 대해 이번에 확실히 노선정리를 해버렸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표 구걸 신파극이자 쇼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광주’는 민주당의 피와 땀과 동병상련이 어려 있는 곳입니다. 뒤늦게 찾아와 ‘겉치레 사과’(미래통합당이 김 위원장 광주 사죄 뒤 “친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관심을 모았던 5·18 유공자 예우 강화 조치는 뒤로 미뤘습니다)를 한다며 김 위원장을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의 비판 강도가 거의 인신공격 수준(정청래 ‘전두환 부역자’)에 가깝다는 말은 그만큼 ‘아프다’는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이 수구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중도개혁정당으로 간다는 것은 민주당의 영토를 잠식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만났습니다. 만나서 의례적인 브리핑을 들었지만 민주당은 또 다시 발끈했습니다. 민주당은 ‘방역을 방해한 민폐’라며 김 위원장을 맹비난했습니다. 광주 사과 때와 비슷한 논조입니다. 이 또한 민주당에게는 뼈아플 수도 있습니다. 광주와 함께 ‘방역’ 또한 지금의 총선 압승 민주당을 있게 한 중요한 배경입니다. 정부와 민주당이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노심초사를 하는 것도 그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비판이 두려워서 일겁니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를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빌미를 준 것으로 정부와 민주당이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봅니다. 광화문 집회는 단편적인 요소일 뿐 정부의 느슨한 방역대책이 근원적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정은경 본부장 방문은 ‘미래통합당이 방역대책에서 대안과 새로운 대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국가 운영능력과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김 위원장에게는 야당의 대권후보로도 각인될 수 있는 행보였고 민주당에게는 방역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광주에서 무릎을 꿇고, 정은경 본부장을 만나 방역대책을 ‘점검’하는 행위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입니다. 정치에서 메시지는 때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실수투성이였던 야당이 과거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코로나19 현안 챙기기로 국민들의 재신임 가능성의 물꼬를 텄습니다.
이렇게 야당이 기세를 올리자 결국 ‘김종인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섣부른, 익지 않은 ‘가십’ 수준일 수 있습니다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문을 닫고 혼자서 크게 웃을 일입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빠진 자리를 차지할 듯”이라며 “그 연세에 왜 또 통합당에 갔겠냐”며 “딱 하나 ‘대선출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김종인 대망론이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나왔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필자는 김종인 대망론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지금 김종인 위원장의 ‘힘’은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응축된 응원과 지지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무릎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것을 ‘객이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의 한 전직 의원은 “히딩크가 와서 한국축구 체질을 바꿀 때 기존세력들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상주보다 더 상주같은 역할을 하는 객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네, 동의합니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민주당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철새 정치인’의 전형입니다. 곤궁에 처한 미래통합당은 적절한 구원투수를 찾지 못하자 결국 세게 베팅하며 치고나왔던 김종인 위원장을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정통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의 대권주자라면 당과 동고동락을 하며 성장했던 인물에서 찾아야 합니다. 대표성과 명분을 담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난 대선부터 3연패를 하고 있는, 패배의 사슬을 끊을 당의 총합적인 에너지를 모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김종인 행보는 ‘원맨쇼’에 불과합니다. 일부 당심은 여전히 그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대권주자로서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1인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열광할 수 있지만, 그 밑에 숨어 있는 지지층들은 정작 조용할지도 모릅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소 코뚜레’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갈팡질팡하던 소에게 코뚜레를 꿰어 힘으로 몰아간다고 한들, 언젠가는 코뚜레가 풀어질 것입니다. 그 소는 자기 갈 길을 갈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진심으로 대권으로 가고 싶다면, 탄핵에 대한 질서 있는 정리와 당 혁신과 반성, 그리고 새로운 국가비전을 ‘당원’들에게 먼저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정에서 나온 혁신과 반성의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보여주면서 잃어버렸던 신뢰를 하나씩 모아나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