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11월 '재검토' 시한 앞두고 긴급 현안 토론회
"작은 출판사가 살길은 도서정가제 사수뿐" 한목소리

판매하는 모든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최대 15%(가격할인은 10% 이내)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한 ‘도서정가제’의 11월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정부와 출판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20일 출판사, 서점, 작가단체 등 각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문체부가 뒤흔든 도서정가제,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출협 송성호 상무이사 진행으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 1인출판협동조합 박옥균 이사장,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조진석 사무국장,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 한국작가회의 신현수 사무총장, 한국웹소설협회 김환철 회장 등이 참여해 대표 발언과 주제 토론을 벌였다.
앞서 출협은 지난 7일 ‘도서정가제 폐지를 우려하는 출판‧문화단체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발대식을 한 바 있다.
토론회 진행을 맡은 송성호 출협 상무이사는 “최근 문체부가 16차례에 걸쳐 진행한 민관협의체의 합의 내용을 무시하고 돌연 도서정가제를 재검토하고 있다”라며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후 첫 번째 행사다. 토론회를 통한 출판계의 목소리를 듣고 청와대와 문체부가 밀실 행정을 중단하기를 바란다, 협의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환철 회장은 지난해 20만 명의 동의를 얻은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의 허실에 대해 언급했다. “도정제가 작은 서점을 망쳤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도정제 시행 후 서점 감소율이 줄었으며, 독서인구 감소 역시 정가제 탓이 아닌 환경변화에 따른 요인이다”고 못 박았다.
또한 “도정제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말 역시 틀리다.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저자, 서점, 도서관, 도서 구매자 모두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조진석 사무국장은 “10% 할인, 5% 적립 등의 방법으로 도서정가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무료배송 정책을 고려하면 실제 도서 가격의 20~25% 정도를 할인해주고 있던 셈”이라며 “특히 책을 사면 굿즈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면서, 동네 서점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옥균 이사장은 도서정가제의 시작을 도서 가격의 ‘할인’이 아닌, 적정한 ‘공급율’에 두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소규모 출판사들과 작은 서점들도 생존할 수 있는 ‘표준화된 공급율’을 두고 싸웠어야 했다는 것. 한기호 소장은 “출판계에서는 책 시장마저 음원 시장처럼 초토화되어 생산자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당하는 사태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신현수 사무총장은 “그나마 작은 서점들이 현재 수준이라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건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출판사들이 작은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요율은 서점에 비교해 훨씬 높다“라며 ”현행 도서정가제가 흔들린다면 우리나라에는 거대한 온라인 서점 몇 개, 공룡 출판사 몇 개만 남게 된다. 오히려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찬수 상임이사 역시 “현행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완전 정가제’ 즉, 예외적인 할인 판매를 없애는 방법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특히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 이내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22조 5항 항목 전체 삭제를 주장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합의 사항을 파기한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한 내용과 국민청원, 공개토론회 등 추가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