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트롯 최종 7위에 오른 ‘희므파탈’ 김희재가 불후의 명곡 MC 송해 편에서 첫 주자로 열창 한 곡이 장윤정의 ‘초혼’(招魂)이다.
김희재는 1995년 울산에서 태어나 월평중학교를 졸업한 후, 방탄소년단 뷔, 오마이걸 승희와 같은 해 한국예술고등학교를 나와 명지전문대학을 졸업했다.
해군 군악대 복무 중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 출전해 입선 한 후 병장으로 만기 전역하였다. 14세 때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한 트롯 신동으로, 칼 박자에 춤 선(線)이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매력이 있어 별칭이 ‘희므파탈’(희재+팜므파탈)이다.
‘팜므파탈’(femme fatale)은 사회심리학 용어인데 불어로 여성을 가리키는 ‘팜므’와 치명적이라는 뜻인 ‘파탈’의 합성어이다. ‘치명적 매력의 여성’ 쯤으로 번역되는데, ‘팜므파탈’이 아니라 ‘팜파탈’이 바른 표현이다. 상대어 곧 ‘치명적 매력의 남성은 ‘옴파탈’(homme fatlle)이라고 한다.
노래 ‘초혼’은 김순곤 작사, 임강현 작곡, 임강현·박영수 편곡으로 2000년 장윤정이 취입한 노래이다.
가왕(歌王)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로 데뷔한 작사가 김순곤은 아름답고 슬픈 젊은 날에 OST-한 번은 꼭 필사하고 싶은 ‘노랫말 99’를 ‘오래된 라디오에서 바람의 노래가 흐른다’라는 책으로 펴낸 가요계의 스타이다. ‘문밖에 있는 그대’(박강성), 바람의 노래(조용필), ‘나만의 것’(김완선), ‘인디언 인형처럼’(나미) 등 시어 같은 노랫말로 중년 여심을 저격하는 ‘옴파탈’이다.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 보내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난 너무 행복할 테니
곡명 초혼(招魂)은 부를 초(招)에, 넋 혼(魂)이니, 죽은 이의 넋을 부른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전통 상례의식 중 발상(發喪)하기 전에 망자가 살아서 입던 두루마기나 속적삼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을 허리에 대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아무 동네 아무개”하고 죽은 사람의 이름을 고한 후 “복(復)! 복! 복!” 삼 세 번(三成) 부르거나, “돌아다보고 옷이나 가져가시오” 하고 지붕에 잠시 옷을 두었다가 죽은 이의 가슴에 얹는 고복(皐復) 의식을 말한다.
노래 ‘초혼’은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을 지은 시인 김소월(1902~1934, 김정식)의 시 ‘초혼’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론된다.
오산학교에서 김소월을 가르친 김억 등 ‘창조’ 동인들이 1919년 창간한 종합 문예잡지 창조(創造)에 발표된 김소월의 ‘초혼’ 전문을 살펴보자.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사람이여/ 사랑하던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둘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소월은 개인적 경험세계를 초월하여 자아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초혼’은 소월답지 않게 “산산히 부서진”, “부르다가 내가 죽을” 등 격정적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개인의 감정을 억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초혼이라는 제의(祭儀)를 테마로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고, 1920년대 전통시가 근대시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두 시학의 마찰이 빚어낸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시에서 “산산이 부서진 이름,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 노랫말에서는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으로 치환되었다.
시에서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으니” 떠난 그 사람은 어쩌면 시적 자아가 자신을 사모하는 줄도 모르고 떠났을 수도 있을 터이니, 노랫말에서는 “스치듯 보낼 사람”으로 치환되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장미의 가시로 되어” “어쩌다 내게 들어와” 곧 내게 가시처럼 박히어 “날 아프게”할 뿐 아니라 “날 아프게 지켜본단다”
시에서 “설움에 겹도록 불러도 부르는 소리는 비켜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으니”가 노랫말에서는 “따라가면 만날 수 있을까 멀고 먼 세상 끝까지”로 치환되었다.
시에서는 부르다 부르다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었으니”, 그 무엇으로도 풀 길이 없는 그리움이 응어리져 돌이 되었단다. 이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부르다 부르다 선 채로 망부석(望夫石)이 된 ‘정읍사’의 시적 자아인 백제 아낙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시에서 시적 자아는 이승을 떠난 여인을 절절이 부르는 남성이지만, 그 대상이 실은 일제강점기 국권을 빼앗긴 조국일 수도 있겠다.
* 만담가 장광팔은...
본명은 장광혁. 1952년 민요만담가 장소팔 선생 슬하의 3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의 전통 서사문학 만담과 대중가요 가사연구에 대한 글쓰기와 만담가, 무성영화 변사,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에서 서사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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