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성수지앵 협동조합 인터뷰
조합원 대부분 경력 단절 여성, 주체적 문제 해결 능력 키워

최근 10여 년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금속, 수제화, 봉제, 인쇄 등 서울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도시에서 영세 제조업의 위축으로 쇠락한 도시로,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숲 개장을 필두로 젊은 세대들이 유입되면서 예술, 문화적 활기를 되찾았다.
여기에 2015~2018년까지 약 4년간 총 10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성수동 도시재생 시범사업’은 성수동의 일터, 쉼터, 삶터와 공동체 재생 실현에 포커스를 맞췄다.
끊임없이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성수지앵 협동조합의 박명훈 상임이사와 성성수동 주민협의체 위원장인 윤연주 씨를 만났다.
“도시재생사업을 한다고 첫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참석자가 달랑 셋이었어요. 도시재생이 뭔지 그땐 아무도 몰랐죠. 40년 넘게 산 우리 동네가 좋아진다는데 궁금해서 주민참여단 워크숍, 도시재생 아카데미 교육 등을 꾸준히 받았어요. 100회를 훌쩍 넘는 설명회 속에 저도 이웃들도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요.”
윤 위원장은 단순히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만이 도시 재생이 아님을 알았다고 했다. 오래 그리고 함께 잘 사는 성수동을 만들고 싶어, 행정기관과 지역 주민 사이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는 주민협의체에 몸담게 됐다.
“주민협의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사람’이에요. 또 제일 힘든 것도 ‘사람’이지요. 갈등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그것을 해소해 가는 과정조차 저희에게는 배움이었어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네를 위해 뛰어다니는 320여 명의 협의체 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중국 길림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졸업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와 도시 재생에 관한 일을 하던 박 상임이사에게 ‘도시재생기업(CRC)’ 참여를 요청한 것도 주민 협의체였다.
“12명 조합원의 출자로 2018년 5월 조합을 설립했어요. 그해 고용노동부 ‘도시재생협동조합 공모’에 선정되어 5000만 원 지원금으로 사업을 꾸리기 시작했죠.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인 앵커 시설(나눔공유센터, 성동상생도시센터, 산업혁신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주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외부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을 통해 자생적으로 도시를 꾸려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높았어요.”

현재 협동조합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나눔공유센터 운영이다. 올해 4월 성동구로부터 센터의 ‘사용 수익 허가’를 받았다. 1~2층의 카페, 아이들을 위한 블록 게임방, 공유 주방과 파티룸 대관 등으로 일어난 수익의 40% 이상은 마을 기금으로 조성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지만, 카페의 경우 4월 오픈 이후 5월에는 10~20% 매출이 상승했으며, 6월 들어서도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정조합원과 예비조합원을 합쳐 90여 분입니다. 이 중 거의 대부분이 경력이 단절된 30~60대 여성이지요. 육아와 살림으로 사회와 분리된 여성에게 다양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주는 것. 그래서 도시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이 아닐까요?”
말을 마친 윤 위원장이 수제화가 새겨진 수제 초콜릿을 꺼냈다. 협동조합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 교육을 논의하던 중, 커피와 함께 구현된 아이템이다. 초콜릿 박스를 감싼 멋스러운 ‘성수지앵’ 브랜드 로고는 지역의 공방에서 파우치, 지갑, 에코백 등의 기념품으로 제작되었다.
“성수동의 지역성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 사업∙사회 공헌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어요. 성수도시재생축제 ‘꽃길만 걸어요’라는 작년 3회 때 5만여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성수동의 대표 축제로 거듭날수록 각종 부대사업을 통한 협동조합의 수익도 늘어나겠지요. 뚝섬역 상점가를 살리는 프로젝트, 한국패션협회와 연계한 교육이나 유관 사업 등도 고민 중입니다.”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날로 커진다는 윤 위원장은 성수동에 사는 주민에게 ‘함께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는 것이 제일 큰 수확이라고 했다. 성수지앵 협동조합은 그런 주민들의 꿈을 한발짝 더 나아가게 해줄 상생 파트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