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원화 스테이블코인 핵심 연결축
신한·국민·삼성카드, 온체인 정산 우위
가맹점 단가·정산 경험이 경쟁력 될 것

국내 금융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시중은행·카드사 등 기존 결제 인프라 기업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머니가 실제 상거래 흐름에 접속하려면 이미 구축된 청구·위험관리·가맹점 네트워크와의 연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 흐름에 연결할 수 있는 잠재적 사업자는 신한카드·국민카드·삼성카드·롯데카드·하나카드·현대카드가 꼽힌다.
이들 6개사는 이미 대규모 승인·청구·위험관리 네트워크와 자체 정산 사이클을 보유하고 있어, 온체인 디지털 머니를 실물 결제망에 끌어오는 ‘브리지 레이어’를 구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민간 인프라다.
특히 신한·국민·삼성카드는 해외 네트워크와의 연동 경험이 깊어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테스트베드로 바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6대 카드사는 이미 정산·리스크 엔진을 완비한 상태여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구조가 열리면 네트워크 사업자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은행권은 예치·청산·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상환에 관한 규제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쉽다. 특히 은행의 고객 확인(KYC)·계정 관리 시스템은 발행·보관·교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규칙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운영사는 은행 인프라와 긴밀히 결합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가 네트워크 기반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 사업자로 꼽힌다. 발급사–가맹점–정산사를 연결하는 완결된 순환 구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지급수단이 등장할 경우 이를 가맹점 환경에 적용할 기술적 여지가 크다. 실제 비자(Visa)는 USDC를 활용한 ‘온체인 결제 실험’을 여러 국가에서 추진하며 안정적 수수료 구조와 자동화된 청구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카드 네트워크의 가장 큰 강점은 ‘가맹점 단가 모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송금·국경 간 결제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일상 결제에서는 가맹점 단가·정산 주기·환불 규칙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카드사는 이미 이 분야에서 수십 년의 운영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새로운 결제 토큰을 기존 가맹점 환경에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수취–철회–갱신’의 운영 규칙이다. 카드 결제망·페이먼트 게이트웨이(PG)·은행 API를 다수 보유한 사업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반면 블록체인 거래소는 가격 매칭 엔진에 특화돼 있어 사용처 확장에서 제약이 크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즉시 송금이나 환불 기능을 구현하려면 리스크 평가·사기 패턴 분석·분쟁 처리 체계가 필요하다. 카드사는 이미 대규모 분쟁 처리 규정을 갖추고 있고 은행은 FDS(Fraud Detection System)와 연동된 내부 컨트롤을 운영 중이며 카카오페이는 인증·위험도 평가 기능을 서비스 단에서 결합할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곧 시장 점유율의 기반이 된다.
국가 차원에서 지급·청구·환불·구독 등 비즈니스 로직을 스테이블코인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인프라 자체의 책임성’을 요구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이미 수백만 가맹점·수억 건 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카드사와 계정 기반 금융 핵심 데이터를 가진 은행·대형 핀테크다.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결제 인프라 사업자의 체질적 강점을 강화하고 거래소와 같은 가격 중심 사업자와의 간극을 더 넓힐 가능성이 높다. 지급 명령의 ‘입구’를 누가 장악하고 거래 후 처리의 ‘출구’를 누가 통제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 AI 결제·온체인 경제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