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명작 81점 가져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1월 14일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하 Met) 소장품 81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을 연다. Met의 대표 소장품인 ‘로버트 리먼 컬렉션’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변화와 빛의 탐구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형 전시다.

세잔·르누아르·달리 등 잘 알려진 화가의 작품은 물론 당대의 일상과 공간을 섬세하게 표현한 뷔야르나 이상적인 여성상 대신 독립된 인격과 감성을 지닌 주체로서의 여성을 표현한 커샛 등의 작품도 소개한다.

  특별전의 의미와 기대를 발표하는 유홍준 관장 /사진=한형철 초빙기자
  특별전의 의미와 기대를 발표하는 유홍준 관장 /사진=한형철 초빙기자

인상주의는 한국 관람객에게 가장 친숙한 미술 사조 중 하나지만, 단순히 ‘예쁜 그림’으로 소비되기엔 그 의미가 훨씬 깊다. 19세기 후반 급변하던 프랑스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전통에서 벗어나 빛·개성·도시·자연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초기 모더니즘으로 이어졌는지를 다섯 개의 주제로 풀어낸다.

개막 전날인 13일 기자설명회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한국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빛이 예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흐가 아를로 이주하여 그린 첫 연작 중 하나인 ‘꽃피는 과수원’(1888) /한형철 초빙기자
  고흐가 아를로 이주하여 그린 첫 연작 중 하나인 ‘꽃피는 과수원’(1888) /한형철 초빙기자

이번 전시의 핵심인 Met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은 금융가이자 독립적 수집가였던 리먼이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식안으로 작품을 모아 프랑스 19세기 말 회화를 중심으로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했다. 그의 수집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빛을 향한 예술의 길’을 기록한 과정이었으며,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시선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에릭 사티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의 ‘누워 있는 여성’(1928) /한형철 초빙기자
  에릭 사티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의 ‘누워 있는 여성’(1928) /한형철 초빙기자

전시 구성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5부다. 달리의 “레이스를 뜨는 여인’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수집가 리먼과 예술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1부에서는 이상화된 인체에서 일상의 몸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변화를, 2부에서는 사진의 등장 이후 초상화가 개성과 감정의 표현으로 확장된 흐름을 만날 수 있다.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와 코의 ‘봄’이 이 시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1892). 그림 속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듯한 관람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한형철 초빙기자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1892). 그림 속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듯한 관람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한형철 초빙기자

3부와 4부는 자연과 도시를 주제로, 야외 작업의 확산과 도시 파리의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이 새로운 시각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피사로의 ‘몽마르트르 대로’와 시슬레의 ‘밤나무 길’은 서로 다른 공간의 분위기와 감각을 생생하게 전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물가 풍경을 통해 인상주의의 핵심인 ‘빛의 흔들림’을 경험하도록 한다.

전시는 연출에서도 ‘빛’을 중심에 둔다. 방과 창문, 영상 설치, 곡선형 벽면 등 다양한 공간 장치가 화가들이 바라본 시선의 확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 양승미 씨는 인상주의를 상징하는 드뷔시의 ‘달빛’ 연주를 전시공간에 펼치는 꼼꼼함도 보여준다. 관람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1에서, 올해 11월 14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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