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채, 구조와 조형의 대비
화폭 위 두 거장의 숨결 비교 재미

예술의전당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이하 특별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술관 소장품 147점 중 39점을 비행기 4대에 나누어 들여왔다.
지난 2016년 《오르세 미술관전》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번 특별전은 인상주의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길을 걸은 두 거장, 폴 세잔과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나아가 그들의 예술적 유산이 피카소를 비롯한 20세기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과 함께 19세기와 20세기를 잇는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9월 19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를 연출한 오랑주리와 오르세 미술관의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의 컨셉을 크게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분했다. 세잔과 르누아르가 공유했던 주제가 그 기준이다.
‘야외에서’는 두 화가가 1874년 인상주의 전시 이후 자연과 빛을 포착한 방식을 보여주고, ‘정물에 대한 탐구’에서는 세잔의 구조적 접근과 르누아르의 색채적 조화를 비교할 수 있다. 주로 인물화로 유명한 르누아르의 다양한 정물화가 집중 전시된 것이 눈에 띈다.
‘인물을 향한 시선’은 인간 본질에 다가서려 한 두 화가의 차별화된 인물 표현을 드러낸다. 상대적으로 정물과 풍경을 많이 담은 세잔의 초상화가 르누아르의 작품과 인상깊게 대비되어 전시장 입구부터 관람객의 흥미를 끈다.
또한 예술품 수집가 폴 기욤의 안목으로 구성된 ‘폴 기욤의 수집’ 섹션은 두 화가의 작품이 마티스, 피카소 등과 함께 어우러진 시대적 맥락을 제시한다.
‘두 거장과 피카소’에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토대가 된 이들의 영향을 조명하는데 피카소가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을 소장할 만큼 깊은 애정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잔은 시점(視点, 대상을 보는 시선)을 달리함으로써 입체주의의 영감을 피카소에게 남겼고 현대 추상주의의 원조가 되었다.

세잔과 르누아르가 남긴 회화적 실험과 감각적 아름다움 그리고 이를 계승한 피카소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미술사의 거대한 흐름을 생생히 보여준다. 전시는 9월 2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