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한 메커니즘' 공식화
안전성 검증 시판 후 강화

미 FDA /AP=연합뉴스
미 FDA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희귀질환·개인 맞춤형 치료제 허가 경로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무작위 대조 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소수 환자 자료와 생물학적 근거만으로도 시판 허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한 ‘타당한 메커니즘(plausible-mechanism)’ 경로가 공식화된 것이다. FDA는 기존 규제의 엄격함을 완화하되 안전성 검증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13일 FDA 국장 마티 마카리(Marty Makary)와 생물학적제제평가연구센터(CBER) 국장 비네이 프라사드(Vinay Prasad)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기고를 통해 이번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 당국자는 기존 규정이 과도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지속됐으며 특히 치료를 기다릴 시간이 없는 환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존 개발 모델로는 다루기 어려운 개인 맞춤형 치료제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승인 절차로 이어졌다.

새 제도의 방향은 CPS1(carbamoyl-phosphate synthetase 1) 결핍증을 앓았던 영아 ‘베이비 K.J.’ 사례에서 분명해졌다. 이 환아는 확장 접근 임상시험용 신약(IND) 신청이 단 일주일 만에 처리된 뒤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았고 식이 단백질 처리 능력이 향상되는 임상적 개선이 관찰됐다. FDA는 이 사례를 기반으로 제도 적용 기준을 구체화했다.

질병의 생물학적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 있어야 하고 치료제는 이러한 근본적 변화를 직접 겨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치료받지 않은 환자 병의 진행 양상이 충분히 정리돼 있어야 효과 비교가 가능하며 유전자 편집이나 약물 표적화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필요할 경우 최초 투여 사례나 특정 환자군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됐다. 이와 함께 치료 후 임상 경과에서 평균으로의 회귀를 의심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일관된 개선이 나타나야 한다는 조건이 마지막 기준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FDA는 연속된 환자 사례를 근거로 시판 허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양한 변이가 존재해 개별 환자별 치료가 필요한 희귀 유전 질환 분야에서 이번 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인 절차가 빨라지더라도 시판 후 감시는 더 강화된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수집되는 자료를 토대로 치료 효과의 지속 여부를 확인하고 예상치 못한 안전성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원치 않은 부위에서의 유전자 변화 가능성과 초기 치료가 성장·발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마카리 국장과 프라사드 국장은 FDA가 개발 기업들과 협력하며 규제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FDA의 새로운 허가 절차 제정으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제조업체가 중요한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생 의료 연합(Alliance for Regenerative Medicine)은 성명에서 "FDA의 새로운 경로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히며 FDA의 규제 접근 방식의 현대화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 바이오 부문이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 보조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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