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실버산업 연구 기반 대학원 20년
베이비붐 소비 전에 맞춰 에이지테크 중심 개편
현장 문제의식 가진 재직자 중심 모집 확대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고령산업 연구 기반 학과다. 당시 ‘실버’ 개념이 복지·요양 중심의 언어였던 시절, 실버비즈니스학과는 실버세대를 시장·소비자·산업으로 규정했다.
이충우 학과장은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건 2000년인데 숙명여대는 당시부터 한국의 고령화 후폭풍을 산업 프레임에서 예측한 조직이었다”며 “국내 실버산업 생태계에서 개척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마케팅·서비스·정책·창업을 모두 아우르며 기업·공공·연구 현장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형성도 학과 출범 초기부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학과 전공 필수 과목으로 ‘실버마케팅·소비자행동’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 이 학과장은 “비즈니스는 결국 수요에서 출발한다. 가치 제공→만족→관계 유지라는 마케팅 선순환 구조에서 실버세대의 정보처리·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이 실버 소비자를 ‘복지 대상자’로만 인식해 시장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연령주의와 고정관념, 베이비붐 세대 분석 미비, 복지 중심 사업모델 관성이 실버 소비자 가치를 저평가시켜왔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여성경제신문이 이충우 학과장을 만나 들어봤다.

ㅡ 2003년 국내 최초로 실버비즈니스학과를 개설했다. 지난 20년간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국내 실버산업의 개척자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처음 진입했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 담론을 사회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던 시기였다. 숙명여대는 미래 한국 고령화 트렌드를 산업 관점에서 먼저 전망했다. 2003년 개설 당시 ‘실버’는 복지·요양의 범주에 가까웠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실버를 시장·소비자·산업의 개념으로 설정해 경영학 프레임 안으로 가져왔다. 그 결과 마케팅·서비스·정책·창업을 아우르는 교과 운영을 통해 기업·공공·연구현장으로 이어지는 인재 양성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ㅡ 2026~2035년 실버비즈니스 본격 팽창을 전망했다. 커리큘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전국 중위연령 상승이라는 구조 변화를 동반한다. 전통 산업의 성장 동력이 둔화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인공지능 전환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은 빠르게 이동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 출생)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와 유사한 소비 파급력을 가진 집단이다. 이들의 스위칭이 실버산업의 성장축으로 작동할 것이다. 실버산업은 정책의 영향력이 산업 나침반 역할을 하므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5차 기본계획에 언급된 ‘에이지테크’ 정책 방향에 맞춰 학과도 디지털 헬스케어·스마트홈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ㅡ 실버마케팅·소비자행동을 전공 필수로 둔 이유는.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이윤 창출이고 이윤은 가치 창출에서 시작된다. 마케팅 선순환은 ‘가치-만족-관계 유지’다. 실버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해야만 만족으로 이어지고, 만족을 체감한 소비자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실버세대의 정보처리과정과 구매의사결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한국 기업은 고령자를 오랫동안 복지영역으로만 분류해 주요 구매자로 보지 못했다. 여행·건강관리·주거 등에서 고령층 프리미엄 지출은 이미 증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연령주의, 베이비붐 세대 이해 부족, 복지 중심 사업모델 관성이 실버 소비자의 가치를 저평가시켰다."
ㅡ 성인 학습자 중심 대학원에서 온라인 비대면과 현장을 병행하는 이유는.
"성인은 일·학습·가사·돌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온라인 비대면 학습은 반복학습과 시간·거리 제약 해소에 유효하다. 숙명여대는 이를 위해 전용 스튜디오 기반으로 강의 콘텐츠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 수업은 민간기업·공공기관 견학, 정책 담당자·산업 전문가·연구자와의 대면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현장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학습 동기를 크게 바꾼다. 앞으로는 현장실습을 케이스→리빙랩→파일럿 단계로 설계해 전공선택 과목으로 운영하고 학위 과제로 산출할 계획이다."

ㅡ 실버 주거·여가·금융·의료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 전환이 가속될 분야는 어디인가.
"‘의료·돌봄·지역통합’과 ‘연금·자산관리’ 축이다. 정부는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고, 2019~2022년 지역통합돌봄과 재택의료 시범을 운영했다. 통합 돌봄은 지방을 중심으로 입원 감소 연구가 축적되고 있으며 1차 의료 기반 재택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의료·돌봄 workforce(의사·간호·간병)는 이미 구조적 부족 상태다. 디지털헬스케어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피지컬AI, 웨어러블, 센서, IoT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는 요양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제공될 수준으로 확대돼야 한다."
ㅡ 창업 준비자에게 가장 강조하는 역량은 무엇인가.
"첫째, 문제정의 능력이다. 실버소비자의 욕구·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매 여정에서 페인포인트를 맵핑해야 한다. 둘째, 현장 적용 가능성이다. 요양·의료·주거·돌봄·식품 등 각각의 규제·정책과 실구매자 가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Cross-Value Chain’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파일럿 운영 능력이다. 동문 네트워크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리스크를 확인하고 최소화하는 구조다."
ㅡ 일본·북유럽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이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 제도 인프라는 무엇인가.
"정책·제도를 국가 간 비교우위로 단순 적용하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역사·규범·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 등 유사 문화권 정책은 벤치마킹 가치가 있다. 지금 한국에서 우선해야 할 제도는 ‘지역 포괄 돌봄(커뮤니티 케어)’이다.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의료·간병·주거·생활을 기초지자체가 통합 지원하는 체계다. 내년부터 전국 확대되는 ‘의료 돌봄 통합지원’은 입원 후 퇴원 고령자에게 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서비스 통합 제공하는 모델이다."
ㅡ 최근 5년 졸업생 진로 흐름은 어떤가.
"구체 통계는 기수별·연도별 차이가 있다. 다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창업 비중이 높다. 50대 이후는 교육 관련 비즈니스 종사가 많다. 연구를 이어가 대학 강의를 하는 경우, 공공기관 종사 사례가 뒤를 잇는다. 실버비즈니스가 성장기 고도화로 이동하면 기업 내부 실버비즈니스 전문가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ㅡ 올해 모집에서 가장 확보하고 싶은 인재 모델은 무엇인가.
"현장 기반 문제의식을 가진 재직자다. 초고령화를 새로운 소비 집단의 시장 기회로 해석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전공 불문은 실버비즈니스가 다학제 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하이브리드 수업은 해외·지방 거주자, 경력 단절자, 은퇴자, 공공기관 근무자에게까지 개방돼야 하며 학습자 풀 다양성이 교육 질과 생태계 파급력을 높인다."
ㅡ 국가 고령사회 정책 전문 인력 공급체계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대학의 확장 과제는 무엇인가.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유인이 선결 조건이다. 실버산업이 내수 진작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주요 대학의 학부 과정에도 실버 관련 학과가 확대돼야 한다. 수요 없는 공급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1,700만 베이비부머가 본격 진입하고 정책·기업·소비자 담론이 본격적으로 생성되는 시점에 대학의 학제 구조도 자연히 변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