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모노리서치 의뢰 조사 분석
10명 중 7명이 "지역취업 시 귀촌"
남성은 79.9%에 달해…'건강' 이유
지역 취업시 '관리·사무직' 등 선호

전문직 시니어 은퇴자의 재취업과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는 송파시니어컨설팅센터
전문직 시니어 은퇴자의 재취업과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하는 송파시니어컨설팅센터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자리’라는 조건을 달고 귀촌 의향을 대거 드러냈다. 은퇴 후 귀향이 아니라, 지역 고용 환경이 마련될 경우 이동하겠다는 응답이 훨씬 높아졌다. 수도권 집중 완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지만, 실제로 흐름이 형성될지 여부는 지역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 500명을 조사한 결과, 73%가 비수도권 중소기업 취업 기회가 주어질 경우 귀촌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귀촌은 로망이 아닌 경제적 판단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귀촌 의향 이유로는 △건강한 생활 유지(24.6%) △여유·휴식(22.9%) △자연 환경(20.7%) 등이 꼽혔다. 다만 그 모든 응답 위에 ’일자리 확보’가 전제로 놓였다. 지역 정착의 본질이 여유나 환경이 아니라 “살아갈 기반”이라는 점이 노출됐다.

남성 응답자의 귀촌 의향이 79.9%로 여성보다 뚜렷했다. 경제활동 중심 역할을 수행해 온 세대일수록 일자리가 있다면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은퇴 세대라 하더라도 경제 활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도시와 지방 간 이동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희망 직무는 관리·사무직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서비스·판매·농림어업 순으로 나왔다. 근무 형태는 시간제 선호가 47.7%로 가장 높았다. 지역 근로시장에 맞춘 유연 근무 수요가 예상된다. 월 200만~250만원 수준이 선호 임금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현실적 기대치를 드러낸다.

반면 귀촌 의향이 없는 응답자들은 △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 부족 △도시 환경 적응 △교통 접근성 불편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역 정착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이동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는 광역 교통망과 지역 의료체계 강화가 필수임을 시사한다.

한경협이 제안한 ‘베이비부머-지방 중소도시-지역 기업’ 3자 연합 모델에 대해서는 79%가 긍정적 의향을 보였다. 단순 귀촌이 아닌 일자리 매칭과 생활 정착 패키지가 제공될 경우, 이동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 과제로는 임대주택 제공(22.6%), 안정적 일자리(18.6%), 지역 의료·복지 강화(12%) 등이 제시됐다. 지방 자치단체의 귀촌 유치 경쟁이 앞으로는 주거와 고용을 결합한 종합 전략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서울을 떠나는 흐름이 고령층에서 먼저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이 준비되지 않으면 이동은 결심으로 끝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귀촌 시그널은 켜졌지만정착 비용·의료 접근성·일자리 안정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인구 이동은 제한적일 것이란 얘기다. 노인 정척 한 전문가는 "수도권 포화 완화를 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지방이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뒤에야, ‘떠날 의향’이 실제 숫자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