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떠받치던 한미 FTA 실효 퇴색
적정 외환보유액 9천억 달러 한참 못미쳐
통화스와프 체결도 최종 합의문서 빠져
연 200억 달러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이틀 전 타결된 대미 관세협상 결과를 두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자유화(무관세) 원칙에 기반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 타결로 퇴색한 데다가 외환보유액이 낮아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환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31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지난 29일 3500억 달러(현금 2000억 달러·조선업펀드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최종 타결했다.

현금 2000억 달러는 연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분할 집행하기로 하고 원금 회수 장치를 마련했다.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금융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일본보다 현금 투자 비중(36% 수준)이 낮고 더 많은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며 ‘선방한 협상’이라고 자평했다.

현금 선불 완납이라는 최악의 조건의 위기를 상쇄했지만 한국의 한미 FTA의 실효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를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규칙에 기반한 자유 무역’을 약속받았다. 

이 협정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였다. 한미 FTA 규정에 따라 2.5%였던 미국 측의 한국산 승용차 관세는 2016년 1월 1일부로 무관세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한미 FTA와는 무관하게 '자국 우선' 등을 명분으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결국 관세율이 0%에서 15%로 상승하게 됐다. 25%에서 15%로 낮췄다는 건 일종의 ‘착시’라는 관점이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고관세에 대해 한미 FTA에 명시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규범’을 통해 맞서야 하지만 미국의 힘에 눌려 손도 쓰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20억달러(약 601조원) 규모에 불과한데, 이는 적정 외환보유액(9000억 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융불안 시 충분한 완충력을 갖추려면 외환 보유액이 GDP의 30~40% 수준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은 외환의 총알을 난사해야 할 때가 아니라 총알을 비축해야 할 때인데, 한국은 외환 보유액이 모자람에도 매년 200억 달러 낸다는 것은 상당히 위기다"며 "한국은 GDP가 비슷한 대만(올해 9월 기준 외환보유액 6029억 달러)보다 훨씬 빈약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스와프 없이 연 200억달러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때 거론됐던 통화스와프 체결은 최종 합의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 3500억 달러 투자 대부분은 대출과 보증 형태로 하고 직접 투자 비율은 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지금 그 결과가 뒤집한 상황에서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장치 없이 투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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