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내무부, 당시 외국인 전수조사 지시
中·말레이·홍콩 등 피해 속출에도 실효성 한계
전문가 “프린스그룹, 이미 그때부터 움직였다”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 2022년 외국인 인신매매 실태를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3년 만에 한국인이 납치·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내무부가 대대적인 외국인 실태조사와 단속을 공언했지만 조직적 인신매매망은 여전히 건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다수의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8월 19일, 캄보디아 내무장관 사르 캉(Sar Kheng)은 인신매매 피해 외국인 구조를 위해 대사관 인력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신원조사를 명령했다.
그는 “정부 내 모든 부처가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며 경찰·노동부·사회복지부 등 10여 개 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합동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캄보디아 당국은 인신매매·성착취 관련 사건 74건을 수사해 83명을 체포하고 156명을 구조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말레이시아·대만 국적이었다. 일부는 ‘고소득 IT 일자리’를 미끼로 유인돼 온라인 사기·가상화폐 투자 유인 등 불법 활동에 강제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중국대사관은 “중국인을 포함한 다수 외국인이 불법 체류지에서 감금·폭행당하고 있다”며 공식 경고문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대만 정부 역시 자국민 수백 명이 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단에 붙잡혀 있었다고 확인했다. 홍콩 보안국도 “20건 이상의 실종·구금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그해 8월부터 시아누크빌, 깐달, 프놈펜 등지의 호텔·카지노·임대주택을 수색해 외국인 거주자를 전수조사했지만, 이후 실질적 단속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때 이미 프린스그룹(Prince Holding Group) 과 연계된 부동산 개발단지 일대에서 동일한 형태의 ‘강제노동형 온라인 사기’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2025년 현재 납치·감금·사기조직의 중심으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이 당시에도 인신매매 관련 수사망 주변에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캄보디아 정부의 2022년 외국인 전수조사는 보여주기식이었다”며 “프린스그룹을 비롯한 대형 재벌형 기업들이 이미 온라인 사기형 노동 착취 구조를 사실상 산업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한 국제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2022년 당시 인신매매 피해자는 중국인·말레이시아인·대만인 순이었고 3년 후 한국인이 그 명단에 추가됐다”며 “범죄 조직이 국적만 바꿔 인력 모집망을 재활용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는 2022년 이후에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감시등급에서 3년 연속 최하위(Tier 3)에 머물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