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목표, 내연차 판매 금지해야 달성 가능
현실적 보급 목표는 550만~650만대가 적정
부품업, 구조조정·고용 불안 가중 붕괴 위기
"충전 인프라 미비에 목표만 높이기는 모순"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제연합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현실성 없는 무공해차 목표 제시에 자동차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내연기관 부품기업 생태계 붕괴와 고용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현실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35년 NDC를 내달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한다. 당초 제출 마감일은 지난 2월 10일이었으나 다수 국가가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이전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국제적 권고 시한이 새로 제시됐다.

정부는 NDC 상향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다. 특히 내연차 부문에 있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며 "2035년 또는 2040년에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환경부
지난달 23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8%, 53%, 61%, 65% 줄이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를 차량 등록 대수 2800만 대로 가정해 계산하면 무공해차 비중은 각각 30%(840만 대), 34%(952만 대), 35%(980만 대)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의 무공해차 비중은 3.2%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번 목표가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낮은 48% 감축안조차 내년부터 매년 75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14만6700여 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980만 대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34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지난달 3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등 11개 단체와 함께 NDC 무공해차 목표 조정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KAIA는 "980만 대 목표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없이는 달성할 수 없고 840만 대 목표 역시 무공해차 비중을 90% 이상으로 가정해야 가능한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며 "현실적인 보급 목표는 550만~650만 대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부품 산업의 붕괴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구조로 국내 1만여 개 부품기업 중 45.2%(4615개)가 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한다. 이들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5000명)를 차지하지만 미래차 전환율은 19.9%에 불과하다. 부품 특성상 사업 다각화가 어렵고 기술 전환에 필요한 자본도 부족해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다.

지난 7월 춘천에서 개최된 'Drive NEXO Together' 행사의 모습. /현대자동차
지난 7월 춘천에서 개최된 'Drive NEXO Together' 행사의 모습. /현대자동차

결국 미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현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내연기관 부품기업은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축"이라며 "급격한 전환이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과도한 목표 설정이 결국 국제 사회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벌금이나 제재는 없지만 외교적·경제적 불이익과 국제적 압력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2021년 '2030년 NDC'를 기존 24.4%에서 40%로 상향했지만 산업 구조와 기술 여건을 고려할 때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감안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제 평가기관 기후행동추적(CAT)은 한국의 이행 수준을 '매우 미흡(Highly insufficient)' 단계로 분류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환경부가 내세운 NDC 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남긴 과오를 반복하는 행위"이라며 "에너지 믹스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전기차 수백만 대를 충전할 전력조차 확보되지 않은 채 목표만 높이는 것은 공허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럽과 에너지 구조가 다른 한국에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탈원전 기조를 유지한 채 재생에너지로만 NDC를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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