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결과 자동차보험 매출 1조1000억 ↑
디지털 자산·젊은 고객 흡수, ‘투트랙’ 체제
손해율·만년 적자 '숙제' ···시너지 입증할까

한화손해보험이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며 ‘하이브리드 손보사’로 새 출범했다. 캐롯의 디지털 역량과 브랜드를 흡수해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으나 손해율 악화, 흑자 전환 등 과제가 남아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했다고 밝혔다. 캐롯손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주도로 2019년 출범한 국내 1호 디지털 전업 손보사로 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이 초기 주주로 참여했다.
이번 합병으로 한화손보는 자동차보험 매출 1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메리츠화재를 제치고 자동차보험 시장 5위에 올라섰다. 시장점유율도 3.3%에서 5.5%로 확대되며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캐롯은 출범 이후 ‘주행거리 연동형(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혁신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기업가치 1조 원대 유니콘으로 평가받았으나 규제와 누적 적자로 자본 확충에 한계가 드러나 결국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합병을 통해 한화손보는 캐롯의 데이터 기반 디지털 영업 역량과 2030세대 고객층을 확보했다. 캐롯 브랜드는 온라인(CM) 채널에서 유지하고 한화손보는 대면·TM(텔레마케팅) 채널을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판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앞으로 5년 내 자동차보험 매출을 2조원, 점유율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캐롯의 디지털 DNA를 장기보험·건강보험으로 확산하고 전략영업부문 신설 및 AI 기반 여성 네트워크 구축 등 신규 고객 세그먼트 공략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화손보와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에서 각각 130억원, 1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 역시 한화손보는 83.2%, 캐롯손보는 90.7%로, 업계 손익분기점(80%)을 웃돌았다. 대형 4사의 평균 손해율도 84.4%에 달해 시장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한화손보-캐롯 합병이 디지털 자산 결합을 통한 성장 기회를 열었지만 자동차보험 시장 전반의 손해율 악화로 수익성 확보가 최대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캐롯은 독립 경영에서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화손보와 결합 시에는 강점이 장기보험·건강보험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자동차보험시장의 구조적 손실 위험이 큰 만큼 차별화된 영업전략과 비용 효율화가 시너지 실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