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신부 타이레놀 금지” 발언 후폭풍
FDA 경고 라벨 추진, 학계는 “인과 불충분”
대형 연구·법원 판단 모두 “필요시 사용 안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달 22일 백악관에서 임신부의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중단하라고 발언했다. 같은 자리에서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자폐와 ADHD 위험 가능성을 이유로 경고 문구 개정 절차와 의사 대상 공지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FDA 자료에는 “연관성은 보고됐으나 인과는 확립되지 않았다”는 단서가 명시돼 있다.
26일 여성경제신문 '깐깐한 팩트탐구(깐팩)'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최근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약하다”며 “필요 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고열과 극심한 통증을 방치하는 편이 오히려 태아에 위험하다”고 밝혔다. 유럽 규제기관과 영국 보건장관도 동일한 입장을 내며 “임신부 타이레놀은 권고 범위 내에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JAMA에 실린 스웨덴 코호트 분석(약 248만명)은 형제-자매 비교 설계를 적용했다. 분석에서는 소폭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나 가정 내 유전·환경 요인을 통제한 비교에서는 자폐·ADHD·지적장애 모두 유의한 연관성이 사라졌다. 연구진 결론은 “관찰 연구의 연관성은 가족성 교란에 따른 것일 수 있다”였다.
행정부는 예방적 차원에서 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HHS)는 자폐 유병률 증가 자료와 연구 과제를 함께 공개했지만 문서 어디에도 인과관계 확정은 없다. “상반된 연구가 존재한다”는 단서가 반복된다.
제약사 켄뷰 역시 “자폐를 야기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의사 상담을 통한 적정 사용을 권고했다. 실제 법원에서도 과학적 인과는 인정되지 않았다. 미국 연방집중소송(MDL)에서 원고 측 전문가 의견은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배제됐다.
대체 약물 한계는 존재한다. 임신 후기 이부프로펜·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NSAID)는 태아 신장 기능 저하, 양수 과소, 동맥관 수축 등 위해가 명백해 FDA가 이미 2020년부터 20주 이후 사용 회피를 권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여전히 1차 선택지라는 게 다수 가이드의 결론이다.
CDC는 “장기·만성 복용은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가 있다”며 남용 자제를 권고하면서도 “직접적 인과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했다. 즉 현 시점에서 의료계 합의는 “필요할 때 최저 용량을 최단 기간 사용하는 것”이다.
트럼프 발언은 행정부의 예방적 주의 메시지와 일치하지만 과학적으로 ‘자폐 유발’ 인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대형 연구와 학회, 규제기관, 법원 모두 같은 결론을 내고 있다. 임신부 진료 현장에서는 공포가 아니라 균형 잡힌 원칙이 유효하다. 고열·심한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을 1차 선택지로 사용하되 무분별한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