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파도, 성게와 뿔소라를 회화로 담아
노동의 바다를 쉼의 공간으로 재해석
지역이 보장할 ‘숨 고르기’의 제도적 논의 촉발

제주 이호동에서 활동하는 해녀들과 막내 해녀 이유정 씨가 함께 준비한 특별기획전 '이호해녀의 여름방학'이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오는 12월 14일까지 이어진다.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하며 포착한 빛과 물결, 성게와 뿔소라, 숨비소리를 회화적 이미지로 풀어냈다. 평생 생계의 현장이던 바다를 잠시 내려놓고 여름방학이라는 상상 속 쉼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해녀돌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자녀와 가족을 위해 잠수하던 해녀들이 이제는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은퇴·고령 해녀의 휴식과 건강을 지역 사회가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지 사회적 대화를 열자는 취지다. 기획은 미술학과를 졸업한 이유정 해녀가 맡았다.

이유정 해녀는 “그간 정책이나 지원은 있었지만 은퇴와 고령 해녀의 실제 삶은 충분히 비춰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그 간극을 드러내는 자리”라고 했다.
작업 과정 또한 메시지의 일부다. 해녀들은 물질을 멈춘 손으로 붓을 잡고 파도의 빛, 체온, 숨 고르기를 색과 리듬으로 표현했다.
이유정 해녀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해녀는 돌봄의 주체이자 수혜자라는 인식 전환을 예술로 증명한다”며 “우리는 늘 바다를 위해 숨을 참아왔다. 이번엔 우리 자신을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만들었다. 해녀돌봄은 그 시간을 제도와 문화로 보장하자는 제안”이라고 했다.
또한 “만약 해녀에게도 여름방학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숨비소리의 잔향, 성게와 뿔소라의 질감, 이호 바다의 반사광은 쉼과 회복, 기록의 언어가 된다. 낭만화가 아닌 현실의 돌봄 프레임으로 은퇴·고령 해녀의 삶을 비춘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