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중 외교에 장기 미회수 우려

한국전력이 중국 풍력 사업에 투자한 뒤 지금껏 약 900억원의 배당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누적 영업적자가 28조8000억원에 달하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정작 중국에서 받아야 할 돈조차 제때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친중 외교’ 기조로 선회할 경우 오히려 미수금 회수 압박력이 약화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22일 여성경제신문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중국 내몽고·요녕·감숙 등 3곳에서 중국 국영기업 대당집단공사와 합작으로 진행 중인 풍력 사업 매출은 2018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4759억원이다.
이 사업에서 발생한 배당액은 총 1891억원이었으나 한전이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993억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898억원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전기요금의 40%를 차지하는 보조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까지 누적된 보조금 미수금만 1930억원에 달한다. 한전 측은 “회계상 순이익을 내고 있으나 정부 보조금 지연으로 배당금 지급도 순연됐다”고 해명했다.
야권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닌 정치·외교적 리스크로 규정했다. 강승규 의원은 “한전이 외화벌이보다는 기술 유출과 자금 회수 불능 위험에 노출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친중 외교 기조를 강화하면 오히려 중국 측에 압박을 가하기보다 눈치를 보며 문제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은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중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중국 풍력 미수보조금 문제를 공식 의제로 제기했다. 이후 대당집단공사가 지난 8일 145억원을 송금했지만, 여전히 753억원이 미지급 상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중국 내 신재생 보조금은 정치적 변수에 따라 집행 여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공기업이 정부 외교 기조에 휘둘리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직접 언급하며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한전이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모순”이라며 “친중 외교의 함정에 빠지면 한전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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