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특검 수사 의원직 상실형 가능
국힘 보수 전체 지지 받지 못해
장외집회 발언 강도로 가늠돼

권성동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권 의원은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일 뿐이어서 내란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그럼에도 권 의원의 구속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를 국민의힘을 향한 특검 수사의 본격적 개시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 정보를 종합하면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 이상이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내란 특검 나머지는 김건희 특검이나 해병대원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 중 몇 명이 구속되고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개헌이 민주당 뜻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국정과제 1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제안한 개헌안에 대해 국민 다수가 반대할 경우 개헌은 쉽지 않다. 개헌안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여권이 원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할 것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경우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때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가 강하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처럼 여권이 사법부를 공격하고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증거가 미약한 사안을 기정사실처럼 몰고 간다면 중도층 역시 등을 돌릴 가능성은 커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여권이 원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주관적 희망에 불과할 수 있다.
지난 9월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9월 16~18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0%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44%였다. 이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주장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면서 중도층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서 중도층의 63%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중도층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이는 여권이 개헌을 추진할 때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층이 여권에 쉽게 협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더라도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자체가 흔들려 보수 진영 전체가 불안정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임은 분명하지만, 보수 전체를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보수층 전체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층의 56%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반면 진보층에서는 78%가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처럼 정당 중심 진영 결집도는 진보가 보수보다 높다. 이는 국민의힘이 보수 전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당이 흔들려도 그 영향이 곧바로 보수 전체에 전이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 유지를 위해 당의 위기를 보수층 전체로 확산시키려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재 국민의힘의 행보를 보면 보수 전체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이런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보수 진영을 위한다면 보수의 가치에 충실하되 강경 보수층만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자제해야 한다. 과연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러한 방향으로 노선을 조정해 갈지는 향후 예정된 장외집회에서의 발언 강도를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장외집회 특성상 강성 지지층의 참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가 강경 발언을 자제할지가 핵심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박해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그것이 지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