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혁신 산업 투자
불투명 구조 낮은 수익률 불안
40% 지방에 투자, 정치적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야심 차게 내놓은 ‘국민성장펀드’가 “관제펀드의 재탕 아니냐”는 우려에 직면했다. 정부·민간이 함께 모은 150조원을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 등 혁신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불투명한 구조와 낮은 수익률로 5년 전 뉴딜펀드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19일 청사진이 나온 국민성장펀드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출범시킨 뉴딜펀드의 확장판 성격이 짙다. 정부와 금융사·연기금·기업·국민이 함께 돈을 모아 전략 산업에 투자한다는 구조, 정부가 후순위로 출자해 손실을 보전한다는 방식 모두 판박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대적인 출범 행사를 열었다.
뉴딜펀드는 초기엔 열광적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펀드에 가입했고, 개인 투자자용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첫해 목표치 4조원을 넘어 5조6000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종합 실적 보고조차 나오지 않은 채 대표 펀드 상당수가 30~40% 손실을 기록하거나 예금 수준의 수익률에 그쳤다. 정권 교체 이후 ‘뉴딜’이란 간판도 사라졌다.
투자처 불투명성도 고질적 문제였다. 자산운용사에 투자 기업을 물어도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구조라 알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금융위가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종 투자처 공개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경제신문이 'ETF 체크’ 플랫폼을 통해 조사한 결과 문 전 대통령이 가입한 뉴딜펀드인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의 경우 2020년 11월 1만181원에 상장했다. 그후 오름세를 보였지만 1년 2개월 지나 본전인 1만228원으로 되돌아왔다. 이후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 늪에 빠졌고 현재는 7975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도 ‘녹색성장펀드'로 불리는 상품들이 나왔다. 정부의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한때 50여개에 이른 녹색성장펀드는 2009년 한때 평균수익률이 58.6%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권 말기로 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며 용두사미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에선 2014년 ‘통일 펀드’가 나왔는데 점차 수익률이 떨어지더니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역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전체 자금의 40%를 지방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규모로 따지면 지난해 지방교부세와 맞먹는 60조원이다. 뉴딜펀드 당시에도 35%가 지방에 투입됐다. 글로벌 증권사 CLSA는 당시 보고서에서 “펀드를 정치적 수단으로 쓰면 도덕적 해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는 덩치뿐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목표 규모가 무려 150조원으로,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액(12조원)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같은 당이 과거 실패한 ‘관제 펀드’를 대폭 키워 재출범한다면 냉정한 성찰과 실패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