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부진에 법인 합병·구조개편 단행
마곡 R&D센터 가동, 성장 동력 확보
도급 종료로 해고 논란, 노조 반발도

이랜드 마곡 글로벌 R&D센터 /이랜드그룹
이랜드 마곡 글로벌 R&D센터 /이랜드그룹

마곡에 새 둥지를 튼 이랜드그룹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패션과 외식 부문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유통 사업 부진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부문의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비용 효율화에 돌입하며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부문도 일부 브랜드 정리에 나서면서 이랜드그룹 전반에 걸쳐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이달 1일 2022년 물적 분할한 이랜드글로벌과 이랜드킴스클럽을 이랜드리테일로 흡수·합병해 단일 법인으로 재편했다. 이랜드글로벌은 패션 PB 브랜드를, 킴스클럽은 대형 슈퍼마켓 ‘킴스클럽’을 운영 중이다. 두 법인의 지분 100%를 이미 보유한 이랜드리테일이 신주 발행 없이 합병하면서 중간지주사 지위는 내려놓고 그룹 지주사 이랜드월드 산하의 사업회사로 돌아갔다. 이를 통해 패션·유통·하이퍼마켓 사업을 한 축으로 묶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은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3년 전 분할 당시 이랜드리테일을 중간지주사로 두고 아래 자회사를 통해 각 법인의 전문성 강화와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였지만, 시장 환경 악화로 효율화가 급선무인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올해 4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만 해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하는 핵심 계열사였다. 하지만 타사의 대형 오프라인 채널은 대형 쇼핑몰 전략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분할 이후에도 이랜드리테일, 이랜드글로벌, 이랜드킴스클럽의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며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나 급감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지난해 1679억원으로 5년 연속 순손실이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역시 25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고, 순손실은 693억원으로 전년(457억원) 대비 증가했다. 2022년 이후 마곡 사옥 건립, 이랜드파크 유상증자 참여, 노후 매장 리뉴얼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이랜드리테일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2조원을 넘어섰고, 이에 따라 순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이랜드글로벌과 킴스클럽 역시 지난해 각각 매출이 4838억원, 4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11.8% 감소를 기록했다. 그룹은 부진 점포 정리와 신규 사업 철회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2020년 이후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다수 점포를 폐점했고, 킴스클럽도 2023년 순천점·광주역점·구미점·청주점 등 4곳을 닫았다. 올해는 뉴코아아울렛 인천논현점이 임대 만료로 지난 6월 말 폐점했고, 대구·경북권 동아백화점 수성점·강북점, NC경산점 등 3곳의 매각도 현재 추진 중이다. 편의점 등 일부 신규 사업 계획은 철회했다.

이랜드 유통 사업은 합병을 계기로 물류·마케팅·운영 부문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핵심 투자 사업인 마곡 글로벌 R&D센터도 지난주 전 계열사의 입주를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대규모 투자로 초기 비용 부담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상품 개발과 기획 역량을 높이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은 부진하지만 패션과 외식 부문은 순항 중이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약 1조4074억원, 영업이익은 86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19% 늘었다. 상반기 누적 기준 매출 2조7431억원, 영업이익 1560억원으로 각각 5%, 9%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패션 부문은 스포츠·SPA 브랜드인 뉴발란스, 스파오, 후아유 등이 꾸준히 성장했고, 외식 계열사 이랜드이츠는 가성비 뷔페로 꼽히는 ‘애슐리퀸즈’의 흥행으로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29% 급증하며 전 브랜드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영업이익률도 10%대를 유지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고정비·임차료 부담과 금융비용 증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는 여전히 리스크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차입금 상환과 비용 효율화가 핵심 과제”라며 “온라인 채널 강화 등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외식 사업의 경우 원자재비 상승, 인건비 부담,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외식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이랜드이츠는 실적이 좋은 뷔페 브랜드만 남기고 나머지 외식 브랜드를 매각하기로 했다. 애슐리퀸즈·자연별곡·피자몰은 유지하고, 반궁·테루·아시아문·스테이크어스·후원·테판야끼 다구오·더카페·카페루고·페르케노 등 9개 브랜드를 정리 대상에 포함했다. 이번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에 나선 이랜드그룹은 법인 합병 이후 비용 절감과 사업 간 연계 시너지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가 향후 그룹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마곡 연구개발센터가 가동되면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의 콘텐츠가 한곳에 모이게 됐고, 이를 통해 외식과 유통, 건설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복합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이번 흡수합병 역시 그룹 차원에서도 효율화와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했으며, 연구개발 시설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이랜드그룹의 비용 절감 과정에서 노동 현안도 부각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비정규직 해고가 이어졌고, 카트 수거·주차·보안 등의 업무가 정규직에게 넘어갔다. 이에 노조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를 압박하는 조치이자 사실상 자연 해고를 유도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건강·출퇴근·가족 돌봄 등 개인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사실과 다르다”며 “도급 운영이 어려워진 오프라인 유통 환경 속에서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인사 조치는 면담을 통해 진행했으며, 물류센터나 킴스클럽 계산대 발령도 관련 경험이 있는 직원 중심으로 배치했다. 건강·가정 등 개인 사정이 있는 분들은 다른 부서로 조정했다”며 “지속적인 면담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정으로, 대부분의 직원들도 강압적 구조조정보다는 생존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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