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나폴리, 피자의 탄생과 골목 여행
로마, 역사 속 길거리 피자의 즐거움
피자의 세계화와 문화적 의미

지금은 너무나 흔한 음식이 된 피자지만 사실 피자는 이탈리아 역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하나의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의 웃음과 손에 든 피자 한 조각이 마치 회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로마의 광장과 분수 앞에서는 바삭한 피자를 한입 베어 물며 역사의 현장과 만난다. 시칠리아 해안과 토스카나 농가에서 맛본 지역별 피자는 자연과 풍경,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다.

뉴욕과 시카고, 한국에서 만나는 피자는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로 퍼진 문화적 언어다. 한 조각의 피자가 여행자의 오감을 사로잡는 순간 우리는 음식, 예술, 그리고 인간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경험한다.

나폴리, 피자의 탄생과 골목 여행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를 처음 걷는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피자 향과 고풍스러운 골목 풍경에 마음이 설렌다. 나폴리는 피자의 발상지로 도시 곳곳에 자리한 전통 피자 가게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목마다 화덕이 놓인 가게 앞에는 장인의 손끝에서 갓 구워진 피자가 기다리고 있다.

19세기 말, 사보이아의 마르게리타 여왕을 위해 만들어진 ‘마르게리타 피자’는 붉은 토마토, 흰 모차렐라, 초록 바질로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며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화덕에서 갓 구워낸 피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신선한 재료의 풍미는, 한 조각만으로도 나폴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인의 혼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마르게리타 피자 /픽사베이
마르게리타 피자 /픽사베이

나폴리의 골목을 거닐다 보면, 피자 가게 앞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림처럼 펼쳐진다. 카라바조의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정물화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다. 여행자의 눈에는 골목의 벽돌, 장작 타는 화덕, 피자를 들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예술적 장면으로 담긴다.

로마, 역사 속 길거리 피자의 즐거움

나폴리에서 남쪽 바닷길을 따라 기차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로마의 광장과 분수 앞 풍경이 펼쳐진다. 로마에서는 얇고 바삭한 ‘피자 알 타글리오(pizza al taglio)’가 대표적이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함께 광장과 분수 앞에서 피자를 한 조각씩 나눠 먹는 모습은 도시 일상의 한 장면이자, 마치 거리 미술관 속 그림과 같다.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등 로마의 역사적 명소에서 한 조각의 피자를 즐기며 걷는 순간, 여행의 감각은 미식과 역사가 겹친다. 얇고 바삭한 도(반죽) 위에 올려진 신선한 토마토와 모차렐라, 허브는 단순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피자 한 조각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여행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또한, 로마 미술관과 교회에서 만나는 정물화 속 빵과 과일, 올리브는 음식과 예술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길거리 피자와 미술 작품이 서로 겹쳐지는 경험 속에서 여행자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문화적 감각을 깊이 체험하게 된다.

피자의 세계화와 문화적 의미

나폴리와 로마에서 시작된 피자는 이제 전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다. 뉴욕에서는 얇고 큰 도와 풍성한 치즈를 올린 ‘뉴욕 스타일 피자’가 탄생했고, 시카고에서는 두툼한 팬에 층층이 재료를 쌓은 ‘딥디쉬 피자’가 인기다. 한국에서도 불고기, 김치, 떡갈비 등 한국적 재료를 올린 ‘K-피자’가 등장하며 창의적 변주를 보여준다.

피자의 다양한 변신 /https://www.pexels.com
피자의 다양한 변신 /https://www.pexels.com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정물화 속 빵과 포도, 올리브처럼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과 역사, 예술을 담은 하나의 캔버스다. 나폴리 화덕 속 장인의 손끝, 로마 길거리에서 즐기는 바삭한 한 조각, 세계 각지에서 변주되는 피자의 모습까지, 피자는 문화적 언어로 확장된다.

또한, 여행의 즐거움은 단순히 미식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나폴리 해변에서 바라보는 베수비오 화산의 풍경, 로마의 고풍스러운 광장, 시칠리아 바닷가에서 즐기는 해산물 피자까지 각 지역의 풍경과 이야기가 피자 한 조각에 함께 담겨 있다. 피자를 맛보며 여행자의 발걸음은 역사와 자연, 미술과 문화 속을 누비게 된다.

오늘날 피자를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우리는 단순한 미식 체험을 넘어 수백 년 이어진 삶과 예술, 그리고 세계인의 미식 문화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피자는 지역과 역사를 담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여행과 문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세계적 언어이다.

 피자는 세계적 언어 /https://www.pexels.com
 피자는 세계적 언어 /https://www.pexels.com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foodnetwor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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