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친화 설계 필요성 커져
공공임대 리모델링 활용 주목
광주 광산구 ‘살던집’ 첫 적용
전국 확대엔 재원·인력 과제

기존 주택을 고령 친화적으로 개조하고 돌봄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거 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인이 다수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통합 돌봄 모델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주택을 고령 친화적으로 개조하고 돌봄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거 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인이 다수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통합 돌봄 모델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주택을 고령 친화적으로 개조하고 돌봄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거 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인이 다수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통합 돌봄 모델이 주목된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령자 주거정책이 신규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자산 활용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살던 집에 돌봄과 생활 지원까지 담아내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 광산구는 7월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공공임대 공실을 리모델링해 ‘살던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요양병원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회복·자립형 주거 공간을 마련하고 인근 복지관에 설치한 케어홈 센터에서 의료·돌봄·정서 지원을 통합 제공한다. 현재 일부 입주가 진행 중이며 주민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관련 기사: "혼자 살긴 불안한데 병원은 싫어요"···광산구가 만든 케어형 임대주택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 등 복지서비스 통합 지원 기관이 공실 상태의 공공임대주택 일부 세대를 제공받아 건강 약자를 위한 돌봄서비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 약자 노인의 희망 거주 형태 1순위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었다. 건강이 유지돼 독립생활이 가능한 경우는 87.2%였고 건강이 악화한 상황을 전제해도 48.9%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박 의원의 이번 발의는 광주 광산구와의 협업 과정에서 마련됐다. 공공임대주택 고령 임차인들의 건강 사각지대를 체감한 현장의 정책 건의를 직접 청취하고 지속적인 소통 끝에 입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공공임대주택뿐 아니라 고령자 주거정책 전반에서 기존 주택을 개조하고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달 한국아파트신문과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가 공동 개최한 '인구·가구 구조 변화 시니어 주거 생태계 조성 정책 세미나'에서 박미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 특성별 주거지원과 서비스 수요’를 주제로 강연하며 세대주가 만 55~74세인 2087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9%가 주택 개조 필요성에 동의했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의 76%가 개조 의향을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주택 개조 보편화와 서비스 결합형 주거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거복지 연구 기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돌봄 결합 모델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며 “공공임대 입주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1인 가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자립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흐름은 선진국에서도 정책적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자는 아팠다가 회복한 뒤 다시 독립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고령화할수록 이런 필요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사업 확대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전국 확산을 위해서는 재원과 인력, 운영 주체 등 과제가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시설 개보수와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돌봄 인력을 어떤 구조로 확보할지, 복지부·지자체·전문 기관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가 정해져야 한다”며 “그런 조건이 마련돼야 제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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