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장소 구애 없지만 '불안정'
경력과 별개로 '단가 경쟁' 치열
직업적 안정성 보장되는 정규직
"트렌드 캐치가 부담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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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프리랜서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리랜서는 어느 한 곳에 고용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감을 수주해 독립적으로 일하는 직업인을 뜻한다.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개발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작가, 영상 편집자, 디지털 마케터, 디지털 브랜드 운영자, 데이터 분석가, 온라인 튜터, 음향 프로듀서 등 직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으로 일하며 실력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자유롭고 유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
한 플랫폼에서 단가 경쟁
낮은 고용 안정성은 디지털 프리랜서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그래픽디자인을 이용한 마케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장모 씨(여·29)는 "초보 디자이너부터 실력 있는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까지 같은 플랫폼에서 함께 '단가 경쟁'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단가와 높은 퀄리티를 원하는 고용주들에게 일을 받기 위해 여러 디자이너와 경합해야 한다"라며 "그 속으로 뛰어들어 경쟁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을 받기 힘들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살아남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장 씨는 "1인 사업자로 활동하다 보니 거래처가 갑자기 끊기거나 일이 없을 때 금전적으로 불안정해진다"라고 말했다. '커리어넷'에 따르면 4년 차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의 평균 연봉은 3300만 원으로 전체 직업 평균 연봉(중앙값)인 4072만 원보다 낮았다.
유튜버 역시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수입은 수용자 반응에 따라 극과 극으로 벌어진다. 허모 씨(26)는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은 뒤 불안정한 월수입이 늘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성장하는 다른 유튜버와 나를 비교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규직으로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모 씨(30)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여러 디지털 도구를 익혀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후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했다. 이 씨는 "프리랜서로 혼자 일할 땐 '객관적으로 실력이 뒤지는 건 아닌가?'라고 자주 반문했다"라며 "일감이나 수입과 관련해 불안이 항상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결국 정규직을 택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정규직의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고 특히 대기업 정규직의 급여가 높다. 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프리랜서에게 합당한 보상을 잘해주지 않는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디지털 프리랜서 분야에도 이어지는 듯하다.

원활하지 않은 소통
SNS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국내 영상 편집 수요는 최근 5년간 3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상 편집 의뢰를 받아 생활하는 프리랜서 장모 씨(28)는 "클라이언트와 주로 온라인으로 소통한다"라며 "파일과 텍스트가 왔다 갔다 하니 상대방의 뜻을 오해할 때가 자주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방향성 없이 '알아서 해 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고객도 많다"라며 "이렇게 업무와 관련된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S모 씨는 블로그에서 "악성 댓글과 싫어요가 멘탈 관리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유튜버 크모 씨는 게시물에서 "3개월만에 30만, 20만 조회수 연달아 터져서 이쪽으로 갈려고 했으나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라며 "조회수 낮으면 힘빠지는 느낌이 들어 그냥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관뒀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기업 취업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실력이 1년 뒤 낡은 것?
디지털 기술 분야의 빠른 트렌드 변화는 디지털 프리랜서의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지금 실력이 1년 뒤 낡은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NS 기반 광고마케팅 콘텐츠를 운영하는 디지털 마케터 김모 씨(31)는 "새로운 기술을 장착한 경쟁자들이 계속 나온다"라며 "디지털 도구들이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업체에서 요구하는 도구들도 다양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지속적인 학습과 발전에 대한 압박이 항상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혁신 시장 규모는 2031년까지 연평균 23.60%를 성장해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은 디지털 프리랜서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빠른 트렌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건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성경제신문 청년이 보는 세상 youngworld@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