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인공지능(AI) 도입이 직업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고숙련·전문직의 고용은 늘고 노출도가 낮은 저숙련·현장직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직업별 AI 노출도란 AI 기술이 해당 직업의 여러 과업을 수행하는 데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이나 활용 가능 정도를 의미한다. 직업마다 업무 성격과 필요한 기술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AI 노출 정도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12일 산업연구원 보고서 ‘인공지능 시대, 고용 정책의 방향성 (장재기·김동근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AI로 인해 일자리 대체와 창출, 강화가 큰 폭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 분석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직 △법률직 △경영·행정·사무직은 고용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AI 노출도가 낮은 △건설·채굴직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 △농림·어업직은 고용 증가율이 낮게 조사됐다.

연구원은 직업별로 업무의 성격과 필요한 기술 구성이 다르므로 AI 노출 정도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주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필요한 직업의 AI 노출도는 높게 나타났지만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불필요하고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직업의 AI 노출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라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직업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효과적이고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AI와 상호 보완적인 직업의 경우 AI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그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직업의 경우 감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주로 고학력·고숙련 직업의 AI 노출도가 높고 그렇지 않은 직업의 AI 노출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원, 고위공무원 및 기업고위임원, 행정·경영·금융·보험 관리자, 법률·회계·세무·경영·인사 전문가, 대학교수 및 강사 등으로 주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필요하다.

반면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은 농·어업 종사자, 생산기계 조작원, 건축 마감 기능원, 기계·설비 조작원, 가구·목제품 제조·수리원, 기계장비 설치·정비원 등으로 주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불필요하고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직업으로 나타났다. 또한 AI 노출도 상위 직업의 경우 인지능력이 중요하게 나타난 반면 AI 노출 하위 직업은 신체능력이나 감각능력 등 비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조사됐다.

AI로 인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 대해서는 차별적·선별적 정책 마련과 AI·노동시장 관련 통계의 정기적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AI 기술로 인한 대체는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충격이므로 정책을 활용하여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직업 전환에 소요되는 기간이 긴 점을 고려한 실업급여 확대(수급 기간 연장 혹은 금액 확대) 등의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AI와 보완성이 높은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전문 인력 특화 비자와 글로벌 연구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적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는 산학 연계 AI 융합 프로그램을 확대해 핵심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AI 도입·확산에 따른 직업별 고용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정기적인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실시간 인구조사 사례처럼 AI 도입률과 활용처, 인구 특성, 업종·직종별 고용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