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기준 강화로 투자심리 위축
ETF 자금 유출 규모, 5일간 500억원 넘어
증권가 "분리과세 대상 기업에 주목해야"

이재명 정부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던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이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던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이 지난달 31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이 예상보다 까다롭고 세율도 높게 책정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오히려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6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국내 고배당 ETF 중 순자산 규모 1위인 'PLUS 고배당주 ETF'에서만 어제(5일) 하루 동안 11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누적 순유출액은 444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같은 기간 KODEX 고배당주 ETF(25억원),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ETF(54억원), TIGER 코스피고배당 ETF(6억원), KIWOOM 고배당 ETF(7억원)에서도 자금 이탈이 지속됐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이 고배당주 ETF에 대한 타격을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편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신설될 경우, 수혜가 예상돼 투심이 몰렸다. 분리과세를 적용받으면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 완화가 가능하고 기업들도 배당 확대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분리과세 기준이 예상보다 엄격했고, 세율 역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투심이 빠르게 식었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현금배당이 5% 이상 증가한 경우에 한정된다. 

특히 ETF는 이번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직접적인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공모·사모펀드, 리츠(REITs) 등과 함께 ETF를 분리과세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경우, 기업들의 배당을 확대하는 게 목표인 만큼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있는 개별 종목이 아닌 ETF에는 세제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TF 분배금은 원래 배당소득세 과세 대상인만큼 배당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가 그대로 과세된다.

증권사들은 오히려 현 상황을 배당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년부터 분리과세 적용을 받기 위해 배당 성향을 올리거나 배당금 인상을 요구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며 "배당 성향 높은 기업과 아직 배당 성향이 낮더라도 실적이 양호해 앞으로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리과세 대상기업 여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시장의 기대가 이들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분리과세 조건에 해당하면서 최대 주주 지분율이 높고, 배당에 우호적인 기업을 선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며, 7일에는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단장 오기형 의원이 참석하는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투자자들의 반발에 세제 개편안을 재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고 있다. 배당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을 매수 기회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이 강화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제약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자금 수급 환경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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