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뉴런 수의 두 배로 세계 최대 규모
자율주행·로봇 등 시스템에 높은 활용성
뇌 시뮬레이션으로 동물 실험 대체 기대
"미래 AGI 연구의 강력한 기반이 될 것"

저장대학교가 공개한 뉴로모픽 컴퓨팅 운영체제. /저장대학교
저장대학교가 공개한 뉴로모픽 컴퓨팅 운영체제. /저장대학교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배출한 저장대학교의 연구진이 원숭이 뇌에 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뉴로모픽(신경 모방) 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의 한계를 넘어 범용 인공지능(AGI)과 뇌 과학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저장대학교 뇌기계지능국가중점실험실은 최근 인간 뇌를 모방해 작동하는 차세대 컴퓨터 '다윈 몽키(Darwin Monkey)'를 공개했다.

내부 명칭 '우쿵(悟空)'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뉴런(신경세포) 20억 개, 시냅스(신경 연결) 1000억 개 이상을 구현해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뉴런 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인텔이 발표한 '할라 포인트(Hala Point)'의 두 배에 달한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기존 딥러닝과는 작동 원리부터 다르다. 인간 뇌의 신경 구조를 모사해 병렬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기술이다. 예컨대 딥러닝 기반 AI는 고양이를 식별하려면 수십만 장의 사진을 통해 학습이 필요하지만 뉴로모픽 시스템은 사람처럼 몇 번만 봐도 특징을 인식하고 구별할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변수나 예외적 상황에서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어 자율주행, 로봇, 군사용 시스템 등에서 높은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쿵은 수학 문제 해결, 논리 추론, 콘텐츠 생성 등 복잡한 인지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대 뇌기계지능국가중점실험실 연구진 단체 기념 사진. / 저장대학교
저장대 뇌기계지능국가중점실험실 연구진 단체 기념 사진. / 저장대학교

저장대 뇌기계지능국가중점실험실 연구진은 2년 이상의 집중 연구 끝에 해당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실에는 원사급 연구자 2명과 국가급 인재 40여 명이 소속돼 있으며 5개 국가급 플랫폼 중 하나로 지정돼 있다. 특히 '실험실-기업-시장'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연구개발과 기업 연계를 거쳐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자체 패스트트랙을 구축했다.

정서항(程徐航) 저장대 융합미디어센터 학생 기자는 "연구진이 우쿵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했고 다양한 지능형 애플리케이션 구동에도 성공했다"라며 "대표적으로 딥시크의 대규모 AI 모델 기반으로 논리 추론, 콘텐츠 생성, 수학 문제 해결 등을 수행했다"라고 전했다.

저장대는 학교 공식 애플리케이션 '저다딩(浙大钉)'에 딥시크를 연동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딥시크 V3 R1'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 어디서나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저장대 '다윈3' 칩. /저장대학교
저장대 '다윈3' 칩. /저장대학교

연구의 파급력은 AI 기술을 넘어 뇌 과학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쿵은 전용 뉴로모픽 칩 '다윈 3' 960개를 사용해 1000억 개 이상의 시냅스 연결을 구현했으며 이는 원숭이 뇌 수준의 정보 처리 및 학습 구조를 재현할 수 있는 성능이다. 학교 측은 "짧은꼬리원숭이, 쥐, 제브라피쉬(열대어의 일종) 등 다양한 동물의 뇌 작동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짧은꼬리원숭이의 유전체는 약 93% 이상이 인간과 유사해 생명과학·의학·뇌과학 등의 연구 분야에서 대표적인 실험용 영장류로 활용된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실제 뇌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향후 동물 실험을 대체하거나 치매, 우울증 등 뇌 질환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학교 측은 "뇌 작동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물 실험을 줄이고 인간 뇌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은 향후 AGI 개발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장대 연구진은 "인간의 추론 능력과 효율은 현재의 인공지능을 능가한다"라며 "우쿵은 뇌를 모방한 작동 원리와 인간을 초월하는 계산 속도를 바탕으로 미래 뇌 모사형 인공지능 연구의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