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대비하는 일본, 실전형 방재 교육 확대
지진·화재·폭풍 직접 체험하며 대응 능력 강화
'사고 후 수습'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 시급

일본은 난카이 대지진 대비를 위해 체험형 방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삿포로 시민 방재 센터에선 지진, 화재, 폭풍 등을 직접 체험하며 대응 능력을 키운다. 한국도 사전 예방 중심의 재난 대응 문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일본은 난카이 대지진 대비를 위해 체험형 방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삿포로 시민 방재 센터에선 지진, 화재, 폭풍 등을 직접 체험하며 대응 능력을 키운다. 한국도 사전 예방 중심의 재난 대응 문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 한밤중 거센 진동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 머리맡 스탠드가 떨어지고 식탁 위 그릇은 산산이 부서졌다. 놀란 아이는 울부짖고 가족은 어두운 집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대피로를 찾지 못했다.

일본 국민들이 2025년 7월 현재 실제로 가정에서 반복 학습하는 ‘재난 시나리오’의 한 장면이다.

“대지진은 반드시 온다”···日, 난카이 트로프 지진 대비 총력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수년 전부터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해왔다. 30년 이내 발생 확률은 무려 70%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일본 각 지자체는 교육·시설·법제도 측면에서 '재난 대응 훈련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장이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위치한 ‘시민 방재 센터’다.

삿포로시 시라이시구에 자리한 이 센터는 연기 피난, 소화기 조작, 풍속 30m 폭풍 체험, 진도 7 지진 체험, 심폐소생술, 가상 재해 시뮬레이션 등 총 6가지 상황을 실제 환경과 흡사하게 구현해 시민들이 반복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한 현실감 있는 화재 진압 체험 영상 장소 /여성경제신문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한 현실감 있는 화재 진압 체험 영상 장소 /여성경제신문

현장을 찾은 기자가 진도 7 규모의 모형 지진을 체험했을 때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이 허공에 튕겨질 만큼 강한 충격이 몰아쳤다. 심지어 체험관 내부 가전제품들은 실제처럼 흔들리고 가구들이 이동했다. 참가자들은 이 경험을 통해 “가정 내 가구 고정, 초기 불 끄기, 가스 차단 등 기본 행동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연기 피난 체험에서는 어린이 참가자들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벽을 짚어 이동하는 동작을 반복 학습한다. 체험 후에는 자신의 행동을 촬영한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받는다. 위기 상황에서 자동화된 생존 반응을 몸에 익히는 훈련이다.

체험관 관계자는 “평상시 준비된 행동이 결국 생사를 가른다”며 “유치원부터 노년층까지 맞춤형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예방 문화, 한국은 ‘뒷수습 문화’···이대로 괜찮은가?

한국은 여전히 ‘사고가 나고 나서야 움직이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포항 지진, 2022년 울진 산불, 2022년 강남역 침수, 2024년 강북 아파트 옹벽 붕괴 사고까지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관련 법안 개정 움직임을 보인다. 관련 예산이 편성되고 담당 부처 간 책임 소재가 도마에 오른다.

심폐소생술이나 AED 사용법 등 일련의 과정을 해설 영상을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연령 제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여성경제신문
심폐소생술이나 AED 사용법 등 일련의 과정을 해설 영상을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연령 제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여성경제신문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한국은 매번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이 반복된다”며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제도적 훈련을 하는 ‘예방 중심 문화’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했다.

일본은 현재 전국 지자체 800여 곳에 방재 체험관 또는 방재 교육 전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방재 교육을 필수화했다. 각 지역 소방서 및 시민단체는 정기적인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한다.

가정 내 가구 배치 가이드라인, 재해 발생 시 10초 내 대피 요령, 비상용품 의무 보관 리스트 등이 지자체 단위로 법제화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국민안전체험관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중심의 시민교육이 대부분이며 실제 ‘지진 대응’은 여전히 빈약하다. 교육은 일회성 캠페인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관계자는 “일본식 방재 시스템을 단순히 따라하기보다는 한국의 도시 환경과 밀도를 고려한 ‘현실적이고 체험 중심’의 안전 교육과 훈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오사카, 삿포로 hyunoo9372@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