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평균 휘발유 가격↑ ℓ당 1721원
해협 봉쇄 결의안 통과, 최종 결정 앞둬
에너지·물류·가전 등 산업계 줄줄이 비상
정부 비상대응반 회의 열고 예의주시 중

호르무즈 해협과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상.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과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상.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하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 우려 속에 에너지, 전자, 가전, 운, 수출 업계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전 7시 30분 기준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3.36% 오른 배럴당 76.32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3.27% 상승한 79.4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에 따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도 6주 만에 반등해 리터당 1721원을 넘어섰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 시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해 단기 실적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고유가 장기화 시 정제마진이 감소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유화학 업계도 중국발 수요 부진에 더해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현재 이란 국회는 해협 봉쇄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가전 업계도 중동발 리스크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TV·세탁기 등 부피가 큰 가전 대부분이 해상운송을 통해 수출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물류비 상승이 제조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두 회사의 물류비는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미국은 23일부터 수입 가전제품에 포함된 철강 원재료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업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철강은 가전제품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재료다. 

소비 심리 위축 역시 우려된다. 고물가 상황에서 중동 전쟁 리스크가 겹치며 프리미엄보다는 저가 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세트업체의 매출 감소는 물론 D램·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를 공급하는 반도체 업계 전반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 /연합뉴스

운송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항하지 않지만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항로 우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운임이 오르더라도 유가와 보험료 부담이 함께 늘어 실질적인 수익 개선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홍해 사태 이후 중단한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여전히 운항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변동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업계도 정세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정부 지침에 따라 현지 쇼룸을 폐쇄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법인은 분쟁 지역과 거리가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상태다. 다만 현지 소비 위축과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 사우디 국영 자동차 기업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반조립(KD) 생산을 앞둔 KG모빌리티 역시 현지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와 달리 방산업계는 중동 무기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기회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긴장 고조가 이어질 경우 방산 수요가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업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제조업 비용은 평균 0.67% 증가하고 수출은 0.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2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현재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으며 전반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유사와 석유 가스공사와 함께 수급 위기 대응 계획을 점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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