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 상품권 반복 구매 후 현금화
투자 손실·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
종합 감사 실시했지만 내부통제 실패
인감·ID 관리 허점, 직무 독점이 사고 키워

DB증권의 한 직원이 회사 명의를 도용해 약 10년 동안 355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대구 서구)에 따르면 DB증권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 박모(50) 씨가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0년간 회사 이벤트를 사칭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박 씨가 구매한 상품권 총액은 약 355억원에 달한다.
박씨는 상품권 결제 방식이 후불이라는 점을 악용해 결제대금을 돌려막기위해 상품권깡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 명의로 11번가에서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본인과 아들의 휴대전화로 전송해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하고 이를 현금화했다. 확보한 자금은 주식·가상자산 투자 및 생활비로 사용됐으며, 손실이 커지자 구매 규모를 확대해 미정산 금액이 약 3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억원 내외로 상품권깡을 진행했다. △2020년 14억5500만원 △2021년 30억900만원 △2022년 46억4200만원 △2023년 72억2800만원 △2024년 98억3700만원으로 점차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77억5100만원에 달하는 위법행위를 했다.
이 기간 DB증권은 해당 부서에 대한 종합 감사를 총 두 차례 실시했지만 지난 2022년 감사에선 위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하고 올해 5월 감사에서야 뒤늦게 문제를 발견했다.
장기간 사고가 발각되지 않은 이유로 △계약관리 및 구매 ID 관리 미흡 △인감 관리 부실 △순환 근무 원칙 지배 등이 거론된다.
해당 직원이 활용한 11번가 구매 ID는 회사 이벤트가 끝난 시점에서 폐쇄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계약 종료나 ID 폐쇄 등의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해당 직원이 상품권 구매 관련 인보이스(송장)를 개인 이메일 주소로 수신하고 결제 역시 개인 계좌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해 회사 차원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제가 된 직원은 순환근무 제도 적용 없이 동일 부서에서 10년간 업무를 담당했다. 장기간 특정 업무를 독점하면서 외부의 견제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이 확인됐다.
DB증권은 지난달 15일 사건을 인지하고 23일 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하고 금융감독원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박 씨의 자산 약 7억원을 확보해 11번가 측에 일부 변제 조치했다.
DB증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후 개선 방안으로는 개인 ID 방식의 상품권 거래 전면 금지, 거래업체 정기 점검 및 발송내역 전수조사, 인감 날인 시 준법감시부서의 문서 적정성 점검 의무화, 직무순환제도 등을 적극 시행할 것"이라며 "아직 내부 조사 중이기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DB 금융그룹은 올해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 조직 운영 부실을 사유로 7건의 경영유의사항과 9건의 개선사항을 통보받은 바 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