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중심 경활률 '실버 크로스'
청년 이탈로 노령층이 청년층 추월
대도시도 높거나 같아···빈곤율 영향도

일자리 살피는 노인 /연합뉴스
일자리 살피는 노인 /연합뉴스

고령화로 인해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청년층은 '쉬었음' 등으로 구직 시장을 이탈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노령층의 노동시장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0곳에서는 노인이 청년보다 근로나 구직활동을 더 많이 하는 등 경제활동 지도가 거꾸로 뒤집혔다. 고용 시장의 주연이 청년층에서 노령층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참가율(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이하 경활률)은 60세 이상(49.4%)과 15∼29세 청년층(49.5%)이 거의 같았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령층이 청년층의 경활률을 추월한 이른바 '실버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분기(1∼3월)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에서 60세 이상 경활률이 15∼29세보다 높았다.

노령층과 청년층 간 역전이 가장 심화한 곳은 제주였다. 제주 경활률은 60세 이상이 58.6%, 15∼29세가 42.6%로 격차가 -16.0%포인트(p)에 달했다. 전남(-14.8%p), 경북(-12.0%p), 경남(-11.0%p), 전북(-10.6%p) 등도 노령층이 청년층보다 노동 시장에서 더 활발한 지역이었다.

세종(-8.1%p), 광주(-6.4%p), 충북(-3.4%p), 강원(-1.2%p), 대구(-0.4%p) 등지에서도 역전 현상이 있었다. 충남은 청년층 경활률이 노령층보다 0.8%p 높았지만 사실상 역전된 지역이다. 2017년 2분기 이래로 32 분기 동안 청년층 경활률이 더 높았던 시기는 6 분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도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광주는 2021년 2분기 이래 약 4년 동안 딱 1번(2022년 1분기)을 제외하고는 노년층의 경활률이 청년층보다 높거나 같았다.

대구는 2017년 3∼4분기에 역전이 잠시 나타났다가 해소됐으나 지난해 2분기부터는 4분기 연속으로 노령층의 경제활동이 더 활발한 모습이다.

인천(2.2%p), 대전(2.2%p), 울산(2.7%p)에서는 청년층의 경활률이 더 높았지만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12.5%p), 부산(6.6%p), 경기(4.8%p)에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눈에 띄게 높았다.

지역에서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이 가속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유지되면서 경제활동 지도가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역별 전입과 전출의 차이를 집계한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통계 결과'를 보면 중부·호남·영남권의 20대는 수도권(5만4000명)으로 순유출됐다.

60세 이상 경활률이 증가한 데에는 노인 빈곤율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약 80만원으로 2024년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134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기준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1만2000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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