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상승·금리 하락에 1분기 순익 16% ↓
후순위채 발행 한계···"장기적 기준 필요하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도입에 따라 보험사가 단순한 매출 증가보다 자본의 질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새 회계기준(IFRS17)과 도입에 따라 보험사가 단순한 매출 증가보다 자본의 질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모두에서 뚜렷한 약화를 보이며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놓였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도입에 따라 보험사가 단순한 매출 증가보다 자본의 질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 53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8%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보험료는 62조7311억원으로 6.9% 늘어났지만 손해율 상승과 투자수익 저하가 수익성 전반을 끌어내렸다.

생보사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30억원, 투자손익은 1598억원 줄었으며 손보사는 보험손익이 1조863억원 감소했다. 다만 손보사 투자손익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익 등으로 4182억원 증가하며 일부 방어에 성공했다.

한편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킥스는 경과조치 적용 후 206.7%로 전 분기 대비 11.6%포인트 하락했다.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는 191.3%까지 떨어졌다.

삼성생명(184.9%), 한화생명(163.7%), 교보생명(164.2%) 등 대형 생명보험사 3곳은 모두 200%를 하회했고 푸본현대생명·ABL생명·롯데손보 등 일부 중소형사는 간신히 150%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1분기에만 4조725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후순위채 등)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8조6550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확충 전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사 자본 부담을 고려해 킥스 기준선을 150%에서 130%로 낮추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다음 달 11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시행되면 롯데손보처럼 콜옵션 행사 요건 미달로 조기상환이 막혔던 보험사들의 자금 운용 여지가 다소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동시에 기본자본 중심의 킥스 강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이익잉여금, 납입자본 등 질 높은 자본의 비중이 낮은 보험사에 대해선 경영실태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리스크 이연·이익 선반영 등 회계 관행도 정조준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외형 성장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탄탄한 기본자본을 축적하고 변동성 높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느냐는 점"이라며 "후순위채 같은 단기 수단보다는 장기적으로 이익잉여금과 자기자본을 쌓아가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번 규제 완화가 단기적 숨통은 틔우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본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주선 강남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기준을 대형 보험사는 그나마 감당 가능했지만 중소 보험사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킥스 완화 조치는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 교수는 "보험사들도 장기적으로는 기본자본 중심의 재무구조를 갖춰야겠지만 당국이 단기적 잣대로만 규제를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유연한 감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